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마을 일대가 산불 피해로 폐허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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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 35㎞까지 날아가
또 의성 지역 산 곳곳에서는 불이 하늘로 솟구치는 열기둥(불 회오리) 현상도 목격됐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더해지자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상승 기류를 형성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열기둥은 불똥을 유발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 “열기둥은 상승기류와 함께 솔방울·잔가지들을 다 가지고 올라간 다음 멀리멀리 날아간다”라며 "이게 바로 비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오후 어둠이 내린 경북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뒷산에 민가를 삼키려는 화마처럼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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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20m강풍에 속수무책
지난 25일 의성에서는 순간 초속 5.2m의 남남서풍이 불었다. 이 바람은 한때 초속 20m의 강풍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의성·안동·영덕 등 산불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바람에 불씨가 타고 날아다녔다고 했다. 의성군 점곡면 입암리 주민 김정철(60)씨는 "산에서 산으로 점프하듯이 불길이 번졌다"며 "대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수관화 현상도 대형 산불을 부추기는 현상 중 하나다. 수관화는 나뭇가지나 잎이 무성한 나무 상단부만 태우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산불을 빠르게 확산된다. 수관화도 주로 침엽수에서 발생한다. 전국 산림 가운데 37%는 침엽수림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청송·영양·안동 지역도 마찬가지다.
26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운산리의 한 주택이 전날 번진 산불로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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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곳은 산불 더 빨리 확산
강풍이 비탈진 경사면을 만나면 산불이 더 빠르게 확산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실험 결과, 바람이 없을 때 산불은 30도 경사면에서 분당 0.57m의 느린 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바람이 초속 6m로 불면 바람이 없을 때보다 26배나 확산이 빨라졌다. 바람이 불면 화염이 옆으로 누우면서 확산 속도는 더욱 올라간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 때도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5.6m였다. 이로 인해 발화지에서 약 7.7km 떨어진 해안가까지 퍼지는데 90여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시간에 5.1km를 이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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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해안 산불이 가장 피해 커
하지만 이번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5개 지역을 휩쓴 산불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오전 5시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만 1만5158ha에 달한다. 여기에는 안동·청송 등 나머지 지역 피해 면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지역 산불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8명이나 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의성서 시작한 산불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집계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단일 산불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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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박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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