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교과서 통제 강화하는 日…동원 강제성 담긴 '연행' 삭제 요구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기업 배상 명령' 韓판결 소개에 "바꿔라"…독도 기술엔 '日 고유영토' 강요

韓시민단체 "교과서 왜곡…식민지배 옹호 교육 반대"

연합뉴스

'연행'이라고 적힌 일본 고교 교과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이 25일 개최한 교과서 검정조사심의회 총회에서 2026년도부터 일본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들이 심사를 통과했다. 사진은 정치·경제 교과서의 강제동원 관련 서술. 일본 정부는 검정에서 '연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가해 역사를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검정 과정에서 이러한 견해를 출판사 등에 강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전날 교과서 검정 조사심의회 총회에서 합격을 확정한 2026년도 고교 사회과 교과서 중 일부는 영토 문제, 전후 보상 등에서 정부 견해와 다른 기술이 있다고 지적받았다.

특히 '교육도서'의 정치·경제 교과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내용과 '연행'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이 교과서는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대해 "한반도에서 일본에 연행됐던 조선인이 일본 기업에 의해 강제적으로 노동하게 된 문제"라고 기술했다.

이어 "1965년 일한기본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에 경제 원조를 하는 것으로 전시 중의 배상 문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고 일본 정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법원은 2018년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일본 기업에 대해 배상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서술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정 과정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해 정치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미해결됐다는 식의 기술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일본 정부는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교과서에도 그러한 견해를 강력하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한일 간 논란이 되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일방적 논리만을 대변하라는 것이며 한국 대법원 판결 의미를 무시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면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한국이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제3자 변제는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민간에서 모은 재원으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독도는 일본땅' 주장한 일본 고교 교과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이 25일 개최한 교과서 검정조사심의회 총회에서 2026년도부터 일본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들이 심사를 통과했다. 검정에 응한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역에 표시돼 있다.



교육도서의 정치·경제 교과서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된 '연행'이라는 어구는 일본 정부가 2021년 각의(국무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등에 관해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연행은 일본어 사전에서 '사람을 끌고 데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연행에는 '강제로 데리고 감'이라는 뜻이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기 위해 연행 대신 '징용'이나 '동원'이라는 용어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 시기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에도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징용령을 내렸기에 이들 지역 주민은 연행 대상이 아니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징용'과 '동원'은 법에 사용된 용어인 만큼 합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검정에서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도 지적 대상이 됐다. 학생들에게 독도가 예전부터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지시한 것이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옹호하는 역사교육을 반대한다"며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에 대해 법적·도덕적 책임을 고민하는 내용의 서술을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수정을 명령해 왜곡된 내용의 교과서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의 교과서 서술 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일 공존의 미래를 주장하면서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계속하는 행위는 그나마 쌓이고 있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