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판 술탄’…반에르도안 시위 격화, 1418명 체포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경찰이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내무부에 따르면 이마모을루 시장이 지난 19일 테러 및 부패 혐의로 체포된 후 엿새간 1418명이 시위 중 불법행위로 체포됐다. [EPA=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의 구금에 항의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시위가 일주일 가까이 계속되면서 ‘현대판 술탄’이라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71)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로 번지고 있다.

2５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내무부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이스탄불 시장이 지난 19일 테러 및 부패 혐의로 체포된 후 엿새간 1418명이 불법 시위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내무부에 따르면 시위대가 화염병, 도끼, 염산액, 돌멩이 등을 이용한 폭력 시위를 벌여 경찰관 123명이 다쳤다.

에르도안 정부는 도로를 폐쇄하고 소셜미디어 통제에 나섰지만, 튀르키예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튀르키예에서 10년 만에 일어난 가장 큰 시위”라고 전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테러조직으로 규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부패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법원은 23일 그의 구금을 연장하고 시장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

야당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최대 경쟁자인 이마모을루 시장을 구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HP는 24일 대선 경선에서 구금 중인 이마모을루 시장을 2028년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이 대선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튀르키예의 대선 후보 조건 중 하나가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여서다. 앞서 지난 18일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교인 이스탄불대학은 학적에 오류가 있다며 그의 학사 학위를 취소한 상태다.

22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상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또다시 개헌으로 권력 연장을 꾀할 수 있어 야권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3년 3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로 급격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7년 75%에 달하던 지지율은 지난해 43%까지 떨어졌다. 잇따른 시위에 튀르키예의 주가 지수가 한때 16.3%나 폭락하는 등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선 악재가 겹쳤다. 이코노미스트는 “계속되는 시위와 잔혹한 탄압 조치가 튀르키예 경제에 대한 신뢰를 더욱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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