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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에 31조 투자” 현대차…국내 일자리 지키기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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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백악관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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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제철소·전기차 공장에 일자리 1만 개 공급





정치권, 반기업 정책 접고 투자 여건 만들어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새롭게 투자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어제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현대제철의 저탄소 자동차 강판 제철소를 세운다. 26일에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지아주 서배너 공장이 준공된다.

이날 소개된 제철소와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는 총 1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1300개, 조지아 공장에 8500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다. 조지아 공장은 2019년 서울에서 정 회장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약속된 것으로, 트럼프 2기에 완공을 보게 됐다. 이날 정 회장은 백악관에서 3분40초간 트럼프와 16번 눈을 맞췄다. 트럼프는 “미국에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단한 기업”이라며 현대차를 치켜세웠다.

현대차의 연이은 미국행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대차가 포니를 앞세워 미국에 진출한 이후 지난 39년간 판매한 자동차는 3000만 대에 육박한다. 연간 미국 내 판매량이 100만 대에 이른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20만 대 더 늘려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을 120만 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문제는 끊임없이 한국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암울한 현실이다.

특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5% 관세 폭탄’ 시행을 앞세운 트럼프의 일방적 ‘온쇼어링’(미국 내 공장 유치) 정책은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부평과 창원 공장을 운영하는 GM조차 트럼프의 25% 관세 엄포가 현실화하면 공장 철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1만1000명에 달하는 근로자는 어떻게 되겠나.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한국은 있던 일자리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 달라는 노조 파업에 맞서 극단적 처방인 직장폐쇄까지 단행하기도 했다. 경차를 생산하는 ‘광주형 일자리’도 무노조 약속을 깨고 지난해 근로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거대 야당이 주 52시간제,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반(反)시장·반기업 입법을 쏟아내면서 한국은 점점 더 투자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규제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 어제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적처럼 미국 투자가 기업 입장에선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탓에 숙련공 확보가 어렵고 임금 부담도 크다. 국내에 투자 여건만 잘 만들어주면 국내 투자를 늘릴 기업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대오각성하고 팔을 걷어붙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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