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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사설] 관세 ‘D-데이’가 눈앞…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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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발표 행사에서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 통상의 변곡점이 될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일부 국가나 부문이 면제(break)될 수 있느냐, 아니면 완전히 상호적이냐’는 질문에 종전과는 색깔이 다른 답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껏 트럼프 행정부는 ‘더티 15’라는 생소한 프레임까지 내밀면서 “예외는 없다”, “4월 2일은 해방의 날” 등 강경 발언을 계속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 스타일을 곱씹게 하는 이번 선회로 지구촌도 한결 바빠지게 됐다. ‘트럼프 달래기’에 쓸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다들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줬거나, 중국에 유리하게 돼 있는 정책들을 없애겠다는 카드를 챙기고 있다.

현대차 행사는 백악관에서 열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가 이런 발표를 백악관에서 하고 트럼프가 바로 이 자리에서 유화 제스처를 내놓은 것은 의미가 적잖다. 현대차만이 아니라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수출·제조업 전반을 위해서도 그렇다.

트럼프는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했다. “현대는 대단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우리 기업이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SK, LG, 포스코, 한화 등 다른 그룹들의 후속 대응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도 총 370억 달러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근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의 반응은 제법 고무적이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트럼프가 말 한마디 바꿨다고 하루아침에 선물 보따리를 돌리는 산타클로스로 변할 리는 없다. 상대국의 무역 장벽 수준을 파악해 스마트 폭탄을 투하하듯 보복 관세를 때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라고 예외일까. 변수가 많다. 급소를 짚는 대응이 중요하다.

‘D-데이’까지 남은 1주일이 골든타임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5일 헌법재판소의 전날 탄핵 기각 결정으로 87일 만에 복귀한 뒤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면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민관 합동 대응도 지시했다. 방향을 잘 잡았지만, 실천이 중요하다. 트럼프 관세전쟁은 일과성 사건이 아니다. 국가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가동해 우리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를 각인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국가적 활로를 열려면 숨 가쁘게 뛰어야 한다. 초당적 지원이 불가결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네 번째)과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세 번째)는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현대차는 정말로 위대한 회사”라며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날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4월 2일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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