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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신간 '다윈의 위험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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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학자 데닛이 30년 전 쓴 대표작…번역만 5년 걸린 '벽돌 책'

연합뉴스

영화 '혹성탈출' 중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말해줘 별들이 왜 빛나는지, 말해줘 왜 그토록 하늘이 파란지…신께서 별들을 빛나게 만드셨기 때문이지, 신께서 하늘을 그리도 파랗게 만들었기 때문이지."

지난해 작고한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대니얼 C. 데닛 전 터프츠대 교수가 어린 시절에 자주 듣던 유행가 가사 중 한 대목이다.

이 유행가 가사처럼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물의 이치는 비교적 단순했다. '신께서 그러셨다'고 하면 모든 설명이 깔끔히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신분제에 따른 사회의 위계도 당연했다. 왕은 신의 뜻을 이어받아 나라를 다스렸고, 귀족들은 왕의 명령을, 평민들은 귀족의 명령을 따르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는 신의 명령이었다. 모든 존재는 신이 설계한 '존재의 거대한 그물망' (The great chain of being) 안에 묶여 있었다. 찰스 다윈이라는 생물학자가 책 '종의 기원'(1859)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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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출간된 '다윈의 위험한 생각'(바다출판사)은 진화론이 세상에 미친 영향에 관해 설명한 책이다. 저자인 데닛 전 터프츠대 교수는 다윈의 진화론이 생명과 우주, 문화와 마음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전복(顚覆)하는 혁명을 이룩했다고 주장한다.

창조론으로 세워진 이 세계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파고들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우주론, 심리학, 인간문화, 윤리학, 정치, 종교 등 오래된 사고체계가 모두 파괴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윈에 따르면 이 세계는 누가 창조한 게 아니었다. 그저 원시 생물에서부터 수십억 년 동안 진화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다양한 세계에 이르게 된 것일 뿐이었다. 필연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신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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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노트
[EPA=연합뉴스]


저자는 진화란 목적도 마음도 없는 알고리즘의 과정일 뿐이며, 그 알고리즘에 따라 충분한 시간과 수많은 우연적 사건이 겹치고 쌓여 지금과 같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다양한 생명 세계가 출현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인간의 마음이란 것도 진화 과정에서 두뇌가 만들어낸 소산일 뿐이며 언어, 예술, 윤리, 과학, 종교 등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한다.

저자는 이들 문화가 등장한 과정은 세균이나, 포유류, 인간을 발달시킨 과정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해설하면서 심지어 신도 인간이 만든 문화의 한 일부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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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은 1995년 미국 등에서 출간됐다. 데닛의 대표작으로 꼽혔으나 방대한 분량과 문학·철학·과학·예술을 넘나드는 복잡한 내용 탓에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다. 그러다 데닛의 전작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옮긴 신광복 씨가 번역에 착수해 5년 만에 완성했다. 편집 과정도 2년이 걸렸다고 한다.

바다출판사 관계자는 "다윈 혁명의 전모를 밝혀줄 데닛의 대표작이자 다윈이 받아야 할 마땅한 철학적 칭송을 아낌없이 퍼부은 이 책이 드디어 (미국에서 출간된 지) 30년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고 말했다.

95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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