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 통상, 식량위기로
농업, 취약해지면 다시 회복 어려워
농업 추가 개방 방어…수출 시장 다변화도 필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농업 부문 추가적 개방 압력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국가가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농업계에 보내는 시그널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후·식량위기로 이미 취약해진 우리 농업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식량·자원·기술이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통상위기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위기 속 통상위기는 곧 식량위기
식량은 단순한 무역상품이 아니라 국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이며, 국가 간 협상에서 핵심적인 무기가(Food Weaponization) 되고 있다. 주요 식량 수출국들은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자국 농업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농업 대국인 미국조차 2025년 농업법(Farm Bill 2025) 초안에 ‘식량안보(Food Security)’를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며 자국 농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중국과 일본 또한 법·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면서 국가 전략 차원에서 식량 자급률 확대와 비축량 증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기후·식량위기에 대한 주요국들의 우려와 대응이다.
정책 당국은 단기적인 통상위기와 장기적인 기후·식량위기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되, 주요국들이 앞다투어 식량안보를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업 부문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강력히 방어해야 한다. 시장 개방으로 한 번 붕괴된 농업은 회복이 불가능에 가깝고, 기후·식량위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우리가 지금 당장 얻는 단기적 이익을 훨씬 상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는 언젠가 조정될 수 있지만, 기후·식량위기로 인한 농업의 위기는 한 번 무너지면 예전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정책 당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과학적 근거와 정책적 논리를 기반으로 이 같은 ‘식량안보의 비가역성’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전략적 카드로 제시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농업 생산이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국제 식량 공급망은 정치·경제적 이유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식량작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생활 전반에서 누리던 국민적 효용이 위협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농업을 지키는 것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다. 농업인 고령화, 농촌소멸, 농지면적 감소 속에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발생한다면, 한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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