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 외치는 野…한덕수와 또 불편한 동거

한덕수 복귀로 민주당 셈법도 복잡

윤석열 선고 앞두고 불안감만 고조
초조해진 野, 마은혁 임명 재차 촉구
韓 묵묵부답…불편한 동거 재현하나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나 내란죄 여부에 뚜렷한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초조해진 야당으로선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의 임명에 재차 화력을 모으는 분위기다. 다만 한 총리가 기존 입장과 달리 마 후보자 임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라 야당과의 불편한 동거는 또 한번 재현될 전망이다.

韓 탄핵안 기각에 초조해진 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 탄핵안이 24일 헌재에서 기각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위기감을 반영하듯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재명 대표가 "명백하게 고의적으로 헌법상 의무를 어긴 사항을 두고,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 헌재 결정에 국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한 총리 탄핵안 기각에 더해 예상보다 늦어지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는 이런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선고가 이달말 전에는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중론이었지만, 현재로선 이 역시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헌재가 한 주 동안 주요심판 선고를 잇따라 잡은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윤 대통령 선고가 4월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선고기일을 계속 미루는 것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0일이 지났다. 이 사건이 그렇게 복잡한가"라고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거듭 촉구한 배경이다.

당내 불안감, 마은혁 카드로 화력 집중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초조함이 커진 민주당은 마 후보자의 임명 카드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헌재의 윤 대통령 선고가 지연되는 속사정에 재판관 사이 견해 차이가 크다는 시중의 소문도 작용하고 있다. 항간에 거론되는 '인용 5인 대 각하·기각 3인'의 추측이 맞다면, 마 후보자를 합류시켜 대통령 파면 조건인 '인용 6인'을 이끌겠다는 계산이다.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미임명을 두고 재판관 과반이 헌법 위배라고 판단한 점도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헌재 재판관 4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은 탄핵안을 기각하면서도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헌법상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고, 탄핵소추사유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발 더 나아가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명시했다.

앞서 야권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탄핵안을 추진할 때에도 헌법재판관 미임명을 탄핵소추의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 야권의 이같은 주장을 헌재가 결정문에서 탄핵 사유로 확인해준 만큼 복귀한 한 총리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실제 한 총리에 대한 선고 이후 민주당에서는 헌재 결정문을 근거로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SNS에 "개별의견을 종합하면 최상목의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은 탄핵 사유로 더욱 분명해진다"며 "한덕수 총리는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직접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헌재의 헌법적 판단을 거부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온당하지 않은 일"이라며 "헌재의 판단이 이행되지 않는 전례를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한 총리는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韓은 묵묵부답…불편한 동거 재현되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

다만 한 총리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가 재판관 미임명을 위헌 행위라고 판단했지만, 동시에 파면까지 할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며 "한 총리에게도 재판관 임명을 계속 미뤄둘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한 한 총리는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마 후보자의 임명을 재차 촉구하고 나선 민주당과 묵묵부답 한 총리 사이 불편한 동거가 또 한번 전초전 양상을 띈 것이다.

한켠에서는 민주당이 마 후보자의 임명을 끝까지 밀어붙일지 여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마 후보자가 임명돼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할지 여부가 불분명한 탓이다.

여기에 마 후보자가 참여할 경우에는 자칫 심리가 길어지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금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25일에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과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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