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삭감한 보수는 9000만원이다. 지난해 수령한 총 연봉은 36억900만원으로, 전년보다 2.4% 줄어든 액수다. 이번 연봉 감액은 회사의 쇄신 노력에 앞장서겠단 의미라고 한다.
다만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증가했다. 올해 초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를 매입하면서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이 28.56%로 늘어나서다. 이마트의 배당기준일은 다음달 2일로, 정 회장은 전년(103억원) 대비 54.9% 증가한 159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정 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매입한 취지는 공식적으로 '책임경영'이다. 그런데 올해도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등기임원은 기업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주요 결정을 내리고 경영 성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짊어진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3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로 그룹 내 지배력은 강화했지만, 경영상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임원 보수도 감축됐다. 지난해 주요 경영진에 대한 보상 합계는 386억원으로 전년(430억원)보다 10.2% 감소했다. 이 기간 등기임원 보수는 1인당 평균보수액이 14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사내이사 평균보수액은 32억원에서 8억원이 됐다. 이마트 실적과 관계없이 인건비 측면에서 전사적인 비용 감축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9000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다만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한 기업의 오너로서 솔선수범·책임경영 이미지를 사기엔 지나치게 헐값이 아닌가 싶다. 이마트가 악화일로 실적을 거둬오며 누군가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일자리를 잃어 기업의 일회성 비용이 됐고, 경영 성과에 목숨이 달린 등기임원은 책임 부담 차원에서 근로에 제 값을 받지 못 했다.
정용진 회장의 연봉 삭감, 앞선 지분 매입으로 보수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챙기게 된 그가 책임 경영을 내세우니,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김제영 기자 zero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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