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이 산불로 발생한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산불이 옮겨붙은 공장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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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 전체에 안개가 낀 것처럼 자욱하게 연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연기를 헤치며 도로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어렴풋하게 건물 실루엣이 보였다. 산불이 옮겨붙어 밤새 타다 못해 주저앉은 공장이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건물 사이로 보이는 내부에는 아직도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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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쓸새 없이 공장 화염 휩싸여”
시커멓게 타버린 채 연기를 뿜고 있는 공장을 바라보고 선 이 공장 김양수(45) 대표는 황망한 표정이었다. 그는 “산불이 공장 근처에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는 불이 저 멀리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공장에 옮겨붙었다”며 “손 쓸 새도 없이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23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 마을이 산불로 발생한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산불이 옮겨붙은 공장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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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봉안당까지 번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아버지 묘소를 찾아온 한 70대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너희 아버지 묘지 다 타버렸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흐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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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전체에 깔린 자욱한 연기
23일 경북 의성군 의성공설봉안당 추모공원에 산불이 옮겨붙어 잔디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일부 비석은 화염에 녹아내렸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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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꺼지지 않고 있는 모습. 산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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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강풍을 타고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의성 지역 전체에 산불 피해가 속출했다. 의성읍과 단촌면, 점곡면, 옥산면, 비안면, 안평면 등지의 주택 29채가 불에 탔고 축사와 과수원 등이 피해를 입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산림 1800㏊가 소실됐고 화선 길이가 무려 62.7㎞로 번졌다. 의성 산불의 진화율은 23일 오전 8시 기준으로 2.8%에 불과한 상황이다.
경북도와 산림당국은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23일 안으로 주불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헬기 51대와 소방차 등 장비 311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진화 인력도 의용소방대와 군부대 병력 등 2471명을 투입한다.
“오늘 중 주불 진화하도록 노력”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의성군 안평면사무소에 설치된 지휘본부에서 “지금 강풍으로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어제(22일) 오후 5시 30분 부로 중앙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으며 오후 6시 부로 경북, 경남, 울산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며 “산림청, 군, 지자체에서 모든 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사무소에 설치된 지휘본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임하수 남부지방산림청장 등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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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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