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 명목으로 각각 2조원,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투자·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생산거점 확보·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정된 상법인 시행된다면 두 회사의 사례처럼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 조달 시 소액주주 의견을 반영하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결국 결론을 내는 데까지 시간이 지연돼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라면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업은 미래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인데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기업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 경영진들이 주주들의 눈치를 보며 투자 결정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AI 제공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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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산업계 및 재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유상증자를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에 주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재할 수 있거나 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개정안의 근거로 미국 델라웨어주의 회사법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델라웨어 회사법이 명시한 '주주의 금전적 이익'은 단순히 주주 이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법은 주주 외에도 관련 이해관계자와 공익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즉, 상법 개정안처럼 주주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회사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이 있으면 이사의 면책 불가'라는 조항 역시 델라웨어에서는 회사 정관의 선택적 기재 사항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관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상법 개정안처럼 강제적인 규정은 아니다.
이 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다른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번 개정안과 유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어 기업의 장기적 투자와 경영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우려하는 것"이라며 "기업 경영진의 자율성과 책임경영을 저해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되, 국내 기업 현실을 반영한 균형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며 손들고 있는 모습. [사진=AI 제공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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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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