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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계란맞은 YS, 웃어넘긴 盧…한국 정치사 '계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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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계란 맞으러 가는 것 아닌가. 던져주면 감사하고.” "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광주행 소식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했던 말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흔한 게 계란 투척이다. 역대 대통령과 대선 후보는 물론 정당 대표, 장관 등 숱한 결정권자들이 오래 전부터 계란 세례에 시달렸다.

지난 20일 헌법재판소 앞 기자회견 도중 계란에 맞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솔직히 너무 아프다. 이거 찐계란이다”라는 반응은 이런 ‘계란의 추억’을 여의도 정가에 다시 소환했다.



페인트 계란 맞은 YS, 차분했던 盧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9년 6월 일본 방문을 위해 들른 김포공항에서 70대 재미교포 박모씨가 던진 붉은 페인트 계란에 오른쪽 눈을 맞는 모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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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단연 임팩트가 큰 사례로 꼽히는 건 김영삼(YS) 전 대통령 사건이다. 퇴임 후인 1999년 6월 일본 출국길에 붉은 페인트가 주입된 계란을 맞아 시각적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에서 재미교포 박모씨가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라며 YS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췄다. 예정보다 늦게 일본에 도착한 YS는 “얼굴 전체가 조여드는 고통이었다”며 “살인적 페인트의 목표는 나를 봉사로 만들어 죽은 사람과 똑같게 하려는 것”이라고 기자회견했다. 박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이후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난히 계란 세례를 많이 당했다. 초선 의원이던 1990년 부산역 앞에서 3당 합당에 반대하다 맞은 게 시작이다. 2001년 대우차 부평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계란을 맞고 “노동자가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정치인들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 화가 풀린다”고 해 인상을 남겼다. 이듬해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에서도 얼굴과 입에 계란을 맞은 채로 연설을 마치고 “계란을 맞고 나면 문제가 잘 풀렸다”며 웃어 넘겼다. “내가 또 계란을 맞아서 일이 잘 풀린다면 어디에 가서도 계란을 맞겠다”던 그의 마지막 계란 세례는 퇴임 후인 2009년 4월 대검 중수부 소환 때였다.

2002년 11월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연단으로 날아든 계란을 맞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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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초토화 테러’…여론 반전돼



도 넘은 계란 투척이 정국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1991년 6월 당시 정원식 국무총리 서리가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고 나오다 학부생들이 던진 계란과 밀가루를 20여분간 뒤집어썼다. 그가 문교부 장관 시절 전교조를 불법화한 데 대한 운동권 차원의 반발이자, 노태우 정권에 대한 반감이 이유였다.

당시 신문에는 ‘학생들이 정 총리 서리를 붙잡고 주먹질, 발길질도 했다’, ‘날계란·밀가루뿐 아니라 찐계란·모래·페인트·인분 등을 같이 투척했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됐다. 군·경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대학생 여럿이 사망해 국민적 공분이 있었으나, 이 사건으로 학생운동의 폭력성이 조망돼 반정부 시위가 동력을 잃었다.

'외대 봉변 사태' 등으로 불리는 정원식 총리 서리의 사건 당시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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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에깅(Egging)’이라 부르는 계란 세례는 외국에서도 통용되는 항의 수단이다. 하지만 맥락과 정도에 따라 정치적·법적 파장은 천차만별이다. 민주당은 이번 헌재 앞 계란 투척을 “극우세력의 테러”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곧장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고, 당사자인 백 의원이 당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일이면 멍들 것 같다. 헌재 앞에 차벽을 설치해서라도 (보수단체의) 장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치 정국에서는 사소한 충돌이 발생해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당사자는 진영 내 존재감을 부각하려 피해를 강조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것도 강경 대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던진 계란으로 얼굴을 맞은 뒤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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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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