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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인터뷰] ‘승부’ 김형주 감독 “유아인 죽을죄 졌다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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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감독이 ‘승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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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감독이 영화 ‘승부’의 극장 개봉을 앞두고 여러 소회를 밝혔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병헌은 살아 있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맡았다. 조훈현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바둑 천재 이창호는 김강훈이 아역을, 유아인이 성인을 연기했다.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유아인은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법정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지난달 18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그동안 표류하던 ‘승부’는 우여곡절 끝에 26일 개봉하게 됐다.

김형주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만감이 교차한다. 다행히 마음고생한 순간이 지나갔다”며 “저희가 넷플릭스 공개되기로 하고 믹싱 등 포맷에 맞는 작업을 하다가 다시 극장에서 보니까 배우들 연기나 디테일이 보여서 좋았다. 애초에 극장용으로 작업해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아인 사건과 관련해 심경을 묻자 “처음 몇 달은 술만 마셨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견뎠다. 인생이 늘 좋을 수 없으니까 제 인생을 돌아봤다. 잘 못 살았나 싶다. 몇 달은 정신 못 차리다가 결혼이나 하자고 해서 결혼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처음에는 안 믿겼다.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작품 하나를 보내야 다음 걸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막막했다. 잘못을 저지른 것이니 본인을 위해서라도 잘 재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사건 후 유아인과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며 “저도 스킨십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 따로 연락한 적은 없다. 작년에 배우 부친상 때 조문하면서 얼굴을 본 게 다다. 상황이 그래서 긴 대화를 못 했다. ‘죽을죄를 졌다’ ‘드릴 말이 없다’며 짧게 사과하더라”고 털어놨다.

유아인 분량을 편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컷을 들어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상대와 호흡이 다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 백번 천번 해봐도 답이 없더라. 그렇다면 극장에 오는 분들에게 온전한 구조에 맞는 영화를 선보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형주 감독.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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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유아인이 작품 시작 후 30분 쯤 등장하는 것도 사건 이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건 이전부터 유아인이 빨리 나올수록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된 이창호는 표출하지 않는 캐릭터다. 그래서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성인 모습과 대비되는 아역의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아역과 성인 배역을 분리하는 게 아니라 이창호란 캐릭터로 따라가 주길 바라서 그렇게 편집했다”고 답했다.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서는 “이병헌이 먼저 캐스팅된 상황에서 조훈현 캐릭터와 상반된 느낌이 묻어나길 바라서 캐스팅했다. 외모나 연기 스타일이 서로 다름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병헌 아우라에 주눅들지 않는 배우였고 기존 배우가 해온 음울한 느낌과 광기 어린 것과 대비되는 안 보여준 모습을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사건이 터졌다고 좋았던 기억까지 부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연기적으로는 잘 표현해 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조훈현 국수를 연기한 이병헌에 대해 “처음에는 조훈현 국수와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캐릭터를 씹어드시고 나오셨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승부’에 대해 “바둑을 소재로 했지만, 두 사람의 드라마가 주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많이 끌렸다”며 “바둑 용어가 일상생활에 쓰이지만, 작품 속에서 친절하게 용어를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흐름을 다 하나하나 짚어갈 수 없다. 설명할수록 극의 흐름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어서 최소한의 이해를 돕는 정도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친절한 설명과 경기 흐름을 가져간다면 인물 드라마를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로 바둑판 앞에 두 사람이 앉아 있으니 액션을 넣어야 하나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극단적인 클로즈업 등을 활용하려고 했다. 또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것처럼 연출하는 등 모습을 넣으려고 했다”고 연출 주안점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극장 시장이 너무 안 좋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극장에 개봉한 것으로 다행이다. T1에 오너라는 선수가 있는데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 후 ‘얼마나 예쁜 곳이 피려고 하나. 가장 예쁜 꽃은 우여곡절 끝에 피는 꽃’이라는 말이 힘이 됐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게 인생이다”며 “이제 제 손을 떠났고 대중의 판단에 달렸다. 대중 영화 감독으로 그동안 투자자도 애태웠을 거다. 손익분기점(180만)을 넘기는 것이 대중 영화 감독의 신뢰를 줄 수 있는 부분이지 않나. 그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바랐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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