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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최태영 대표 "천만영화 소리의 비밀…위기라도 영화 본질 변치않아"[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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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등장→극장 위기…영화, 본질에 더 집중해야"

"천만영화들은 남달라…비주얼·청각·드라마 삼위일체"

"특별관 강화, 기술 상향평준화의 긍정적 요소"

"AI 기술 접목 관심…협업 시너지에 주목"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 영화 사운드 엔지니어 1세대인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가 12편의 천만 한국영화들을 작업하며 느낀 공통점과 극장 영화의 위기를 극복할 가치, 인공지능(AI)과 영화의 상생방안 등을 언급했다.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 (사진=라이브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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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영 라이브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원론적인 가치와 핵심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는 시대의 흐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믿는다. 즉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른 플랫폼의 등장과 발전이 영화 자체의 존폐 위기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린 이미 여러 역사를 지나며 수많은 플랫폼들을 거쳐왔다. LP, 테이프, 비디오, DVD, 유튜브를 지나 OTT까지 왔다. 스스로는 OTT도 하나의 플랫폼 트렌드로서 변화하고 흘러가는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언젠가는 OTT를 대체할 또 다른 플랫폼이 나올지도 모른다. 간식이 많아질지라도 주식(主食)인 영화의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덱스터스튜디오 자회사인 음향 전문 스튜디오 라이브톤을 이끄는 최 대표는 1997년 영화 ‘비트’(감독 김성수)를 시작으로 약 30년간 한국 영화 사운드의 기틀을 닦고 발전을 견인한 인물이다. 참여한 작품 수 350여 편. 역대 천만 한국 영화 24편 중 그의 손길을 거친 것만 12편이다. 봉준호, 김지운, 허진호 등 한국 영화 부흥을 이끈 감독들이 오늘날 세계 무대를 누비는 거장이 되는 과정을 함께했다.

그는 한국 천만 영화의 절반을 탄생시키며 느낀 공통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는 “천만 영화들에선 확실히 느껴지는 남다른 차별점이 있다. 제 첫 천만 영화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였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사물놀이 장면이 나오더라. 그 당시만 해도 사물놀이 소리를 구현할 소스가 없었다. 어떻게 레코딩을 해야 하나 물어봤는데 이미 배우들이 촬영 전부터 안성까지 가서 사물놀이 훈련을 받고 있다더라”며 “당시 그 현장을 찾아가 장비 세팅 후 사물놀이 소리들을 전부 녹음했다. 그때 딴 소스들을 아직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외계+인’ 시리즈 음향작업할 때도 ‘왕의 남자’ 때 딴 소스들을 활용했다. 훌륭한 작품에서 발견한 소리들이 현재 라이브톤을 지탱하는 든든한 라이브러리로 구축돼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천만 영화들은 비주얼과 청각적 요소의 재미는 물론 이야기의 재미, 즉 ‘드라마성’까지 삼위일체를 갖췄다. 그런 합과 시대정신이 맞아 떨어질 때 천만 영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실제로도 믹싱하면서 ‘이 영화는 흥행하겠구나’ 감이 온다. ‘택시운전사’란 작품을 할 때도 이미 믹싱 작업 당시 ‘이 영화는 천만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현재, 한국 영화가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더욱 영화적 가치와 본질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최 대표는 “간식만 매번 먹으면 간식이 지겨워지니 자연의 맛을 느끼고 싶어진다. 콘텐츠를 감상하며 자연의 맛이 그리워질 때 관객은 다시 극장을 찾을 것”이라며 “정제된 기술과 노력의 집약의 결실, 본질을 더욱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 (사진=라이브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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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아이맥스(IMAX), 돌비애트모스, 광음시네마 등 프리미엄 특별관들의 증가 추세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특별관 같은 경우 해외의 돌비 시네마, 돌비 애트모스는 이미 규격이 어느 정도 표준화가 돼있지만, 그 외 다른 특별관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특별관들이 사운드 구현 방식을 어느 정도 체계화, 표준화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일반 관객 입장에선 큰 상영관에 사운드가 많이 울릴수록 웅장하게 느껴져 더 좋아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영화를 작업하는 사운드 믹서 입장에서 가끔 사운드가 과잉하다고 느껴지는 요소들도 있다. 그런 아쉬운 지점들이 보완된다면 당연히 영화의 질적 관람 수준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상향 평준화될수록 기술력의 변별력이 커지고, 작품에 들어간 개인의 노고와 차별성, 기술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AI라고도 밝혔다. 그는 “이미 우리는 모회사 덱스터스튜디오를 근간으로 VFX(시각특수효과)부터 사운드, DI(색보정) 등 영상 제작 과정의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하는 ‘원스탑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면서도, “여기서 더 나아갈 방향은 클라이언트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AI 기술을 접목해 한 공간, 한 시점에 VFX와 사운드, DI를 모두 결합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협업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한 현재, 부족해진 근무 시간을 AI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효율화하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공식화하고 매뉴얼화가 가능한 모든 업무 분야를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인간의 감정과 정서가 가입된 창작의 가치는 AI가 침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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