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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니 기각?" "8대0 끝났다"… 헌재 '깜깜이 선고'에 여야 아전인수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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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헌재 선고에 지연 배경 '설설설'
與, 尹 석방·줄탄핵 기각에 기대감
野 "만장일치 파면"... '전략적 인내'
재판관 성향 분석 각종 지라시도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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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천막까지 치고 다급하게 나오는 걸 보면 우리한테는 좋은 신호(기각 또는 각하) 아니겠느냐. 재판관 두어 명이 흔들리고 있다고 하더라."(여당 A 의원)

"이미 8대 0으로 결론은 냈는데, 여당이 하도 억지를 부리니 최대한 숙고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발표를 미루고 있을 뿐, 변수는 없다."(야당 B 의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시점이 차일피일 기약 없이 미뤄지자, 17일 여의도에선 선고 지연 배경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설설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공히 입맛대로 재단한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토대로 "7대 1" "6대 2" "8대 0" 등 선고 예측 결과를 쏟아내는가 하면,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소위 지라시(사설 정보지)를 동원해 대놓고 여론전을 펼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탄핵 기각 또는 각하" "만장일치 파면" 등 여야 공히 서로 원하는 결과를 상정해놓고 아전인수식 해석만 남발하는 모습이다. 여야의 근거도 없는 여론전에 지지자들은 부화뇌동하며 탄핵 선고 이후 극한의 갈등만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 각하설' 힘 싣는 與


애당초 지난주로 예상됐던 탄핵 선고 시점이 미뤄지자 국민의힘의 '희망회로'는 가속도가 붙었다. 윤 대통령 석방 결정 당시 근거가 됐던 절차적 흠결이 헌재 탄핵 심판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탄핵 인용 불발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선 "탄핵을 인용할 거면 진작에 하지 않았겠느냐"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좀 있다 보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한다더라" 등등 선고가 늦어지는 상황을 탄핵 심판 결론의 달라진 기류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 등 야당 주도의 줄탄핵이 전부 기각되는 것에도 한껏 고무됐다. 실제 여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입에 올리며 여론전에도 나섰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이 이날 YTN라디오에서 "우리는 헌재 결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기각이나 각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못 박으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식이다.

여당에선 특히 기각보다는 각하를 띄우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한 영남권 의원은 "기각은 부담스러워도 각하는 (탄핵) 요건 자체가 안되는 거고 다툼이 있으니까 오히려 깔끔한 판단"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날 '승복 메시지'를 꺼낸 것도 실제 각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것만 했지만, 지금은 한덕수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 심판이 줄줄이 있다"며 "4월 18일 전에만 하면 되기 때문에 4월 선고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놨다.

여당이 탄핵 선고 예측전에 뛰어들면서, 근거 없는 지라시도 속출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 혐의 유죄를 입증하기 전에 선제 탄핵은 불가하다거나 △심각한 견해 차이로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는 등 여당의 탄핵 기각 또는 각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다. 정치권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같은 지라시는 강성 보수 지지층들에게 공유되며 탄핵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땔감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추경호(왼쪽 두 번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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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빠른 결론" 재촉… 여의도는 지라시 전쟁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 정당 2천인 긴급시국선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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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고 지연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 탄핵 인용으로 결론은 내려졌고, 강성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감안해 헌재가 '전략적 인내'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탄핵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재판관들이 과연 선고문을 한 줄이라도 채울 수 있겠느냐" "상식적으로 전 국민이 생중계로 계엄군을 봤는데 기각될 일이 있겠나"(중진 의원) 등 탄핵 인용에 대해선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윤 대통령 석방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이 지적됐던 만큼 어떠한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느라 길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탄핵 선고 이후 야기될 국민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숙의를 거치는 모습이 전략적으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전원일치에는 변함 없고, 8대 0 파면이 틀림없다"며 "재판관들도 이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도 "결론에 이르기까지 사실관계나 정리 과정을 꼼꼼하게 짚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적으로 여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선 이번 주 선고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를 향해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오늘 중 선고기일을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야권에선 헌법재판관이 개인적 약속을 23일 이후로 연기했다는 이야기과 함께 이번 주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설도 퍼졌다.

다만 여야 공히 확인되지 않은 여론전을 펼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법조계 상황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정보가 통제되는 상황에선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크게 증폭돼 헌재의 입장인 것처럼 퍼질 수 있다"며 "정확한 내용은 재판관들 외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8대 0이니, 5대 3이니 하는 근거 없는 정보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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