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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이란 노려보며 예멘 때린 미국…중동 분쟁 판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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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 공군 전투기가 예멘 공습을 위해 해상 항공모함에서 출격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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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 일대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대규모 해외 군사작전을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은 “압도적 살상”을 보여주겠다며 단호한 결의를 보였으나, 이번 작전으로 중동 분쟁의 판만 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후티가 운영하는 예멘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작된 미군 공습으로 예멘 수도 사나와 주변 지역에서 최소 53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미 당국자들은 공격이 몇 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전날 오후부터 사나를 비롯해 북부 사다주, 하자주 등 후티 근거지를 겨냥해 수십 차례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사나에 있는 후티 지도부의 자택도 폭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군의 작전은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홍해 일대의 무력 분쟁 중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된다. 확전을 우려해 대응 수위를 조절했던 전임 조 바이든 정부와 달리 후티 지도부를 직접 폭격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작전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 해군이 벌인 가장 강도 높은 작전이라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후티가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무기한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후티를 겨냥한 이번 군사작전이 이란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가 홍해에서 상선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압도적 살상력”을 사용하겠다며 이란이 후티의 도발에 대해 “완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후티가 이란 지원을 받지 않는 한 이런 일을 벌일 능력이 없다”며 “이번 작전은 후티를 지원하지 말라는 이란을 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호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사령관은 후티의 군사행동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며 이란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적들이 이란에 대한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단호하고 파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으로 다친 아이가 예멘 북부 사다의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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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는 미군의 대규모 공습에도 “격화에는 격화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16일 홍해에서 미군의 해리 S 트루먼 항모전단을 표적으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전날 예멘 공습을 주도한 항모전단을 겨냥해 원점 타격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에 따르면 드론은 모두 요격됐고 미사일 역시 함선 근처에 닿지 못한 채 해상에 떨어졌다.

이처럼 상당한 전력 차이에도 후티가 쉽게 투항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미국과 직접 대결하며 이란을 주축으로 한 반미·반이스라엘 연대인 ‘저항의 축’에서 후티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후티는 옛 예멘군을 거의 흡수하고 수도 사나까지 접수하는 등 단순 반군 조직이 아니라 정규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7년에 걸친 전쟁 등 지난 10년간 국내외 적들과 싸우며 군사적 역량을 확대해 왔다고 짚었다.

미국 내 중동 연구기관인 바샤리포트의 설립자 모하메드 알바샤는 “미국의 공습에도 후티가 그냥 누워서 견딜 것이란 생각은 터무니없다”며 “그들은 보복하고 또 보복할 것이며,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홍해의 상선뿐만 아니라 예멘과 인접한 지부티와 아랍에미리트(UAE) 내 미군기지 등이 후티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티가 2022년부터 휴전 중인 사우디를 공격해 미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다른 이란 대리세력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가운데 후티가 ‘저항의 축’에서 간판급으로 입지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다만 향후 이란의 지원이 어느 정도로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티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자,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홍해를 오가는 이스라엘 관련 상선을 공격해 왔다. 이에 미국이 영국과 연합군을 꾸려 후티의 도발에 대응하고 이스라엘도 몇 차례 예멘을 공습했으나 후티의 공격을 멈추지는 못했다.

후티는 지난 1월19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돌입하자 홍해에서 무력 행동을 중단했으나, 지난 1일 1단계 휴전이 종료된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급을 끊자 홍해에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아직까지 실제 공격을 재개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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