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사회 전반이 그랬으니 음악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19세기에 형체가 잡힌 재즈, 블루스, 컨트리, 포크보다 훨씬 뒤늦게 탄생한 ‘로큰롤’은 한마디로 역사가 필요했다. 그러려면 문화 전체 속에서 통용된 시대 분류 방식에서 탈피해야 했다. 빌보드지는 1978년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1953년을 탄생 시점으로 보고 ‘로큰롤 25주년 특집’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당대 25인의 평론가로 하여금 이 시기를 빛낸 25개의 레코드를 선정하는 앙케트였다.
아티스트로는 비틀스, 밥 딜런, 롤링 스톤스, 밴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등장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펑크의 풍운아’ 섹스 피스톨스 등이 선정됐고 앨범은 밥 딜런의 ‘블론드 온 블론드’, 비틀스 ‘서전트 페퍼’, 더 후 ‘후즈 넥스트’, 브루스 스프링스틴 ‘본 투 런’ 등이 많은 표를 얻었다. 이 특집의 메시지는 곧 ‘25년의 역사까지 쌓은 로큰롤, 이제는 대세!’라는 득의양양한 선언이었다. 이후 여기에 뽑힌 많은 가수와 앨범이 거의 빠짐없이 ‘25주년’의 축하 세례를 받았다. 데뷔 25주년, 발매 25주년, 활동 사반세기 등등…. 심지어 비틀스의 ‘해산 25주년’은 역사의 위대한 한 조각으로 남았다. 1970년 멤버 넷이 뿔뿔이 흩어진 지 25년이 흐른 1995년, 팝계에는 떠들썩한 비틀스 리바이벌 붐이 일었고 휴지 더미에서 찾아낸 ‘프리 애즈 어 버드’를 기념 신곡으로 내놓기까지 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25란 숫자와 깊은 관련을 맺은 인물이다. 그 하면 떠오르는 ‘빌리 진’과 마치 달을 걷는 듯한 마법의 춤 문워크를 1983년 모타운 설립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것이다. 잭슨의 나이도 스물다섯이었다. 모타운은 백인 우월 시대에 흑인 전문 레코드사라는 반란을 꾀한 ‘음악계의 킹 목사’ 베리 고디의 꿈이자 ‘아프로 아메리칸’의 새역사를 의미했다. 마이클 잭슨은 현란한 댄스 에너지와 스킬의 분출로 모타운 사반세기와 흑인의 승리를 동격화했다. 2024년은 21세기 첫 25년, 사반세기를 맞는 해였다. 빌보드가 그냥 넘어갔을 리 없다. 즉각 그 25년 동안 음악계를 지배한 위대한 팝스타 25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1위는 비욘세였고 10위 안에 테일러 스위프트, 리한나,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리아나 그란데, 아델 등 여성이 일곱 명 올라 이전 시대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일깨웠다.
위 빌보드 사례를 끌어다 우리도 ‘21세기 첫 25년을 빛낸 가수 25’ 설문을 진행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아마도 그 명단에 K팝이란 말을 서구에 퍼뜨린 싸이, K팝의 글로벌 성공을 주도한 BTS, 블랙 핑크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첫 월드스타 보아도 빠질 리 없다. 이미 음악 웹진 ‘이즘’은 21세기 첫 사반세기 25인 가요 스타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가수 면면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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