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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사설]바이든 때 이미 ‘민감국가’ 지정… 그걸 두 달이나 몰랐던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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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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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이란 관점에서 ‘민감(sensitive)국가’ 중 하나로 지정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미 에너지부가 작성한 민감국가 명단은 심각성이 높은 순서로 테러지원국가(북한 이란 등), 위험국가(중국 러시아 등), 기타 지정(other designated·한국 대만 등)국가로 구성된다. 예정대로 4월 15일 명단이 공표되면 국가적 위신 훼손은 물론이고 한미 간 원자력 등 에너지 기술협력에 제약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협력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우리 정부 및 기업 구성원이 미 에너지부와 산하 연구소를 방문할 때 약 45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신분 체크 등 내부 점검을 받아야 하는 식이다. 미 에너지부 대변인은 “(한미 간) 교류상 제약이나 중단은 없다”고 말했지만, 기술 협력의 깊이와 폭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평가한 시점은 1월 초였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아니라 임기 만료를 2주 정도 앞둔 조 바이든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데, 정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통수를 맞은 사실을 2개월가량 파악조차 못했다. 전혀 예상 밖 소식이 알려진 뒤 1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정부는 왜 그렇게 분류됐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우리 문의에 미국이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 “일회성일 수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놨을 뿐이다.

한국이 민감국가가 된 이유는 복합적일 수 있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 불안, 정치권 일각의 핵 무장 주장, 또 비상계엄을 사후에조차 설명하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거부감 등이 작용했을 수 있다. 우리의 체코 원전 수출을 미 웨스팅하우스 원전기술의 제3국 유출로 보는 미국의 시각도 요인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미 외교에 큰 구멍이 뚫린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관세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려는 트럼프 정부로선 이 사안을 압박용 협상 카드로 쓸 개연성도 있다. 정부는 테러지원국과 위험 국가 등으로 채워진 ‘민감국가’ 명단에 어쩌다 한국이 포함됐는지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고, 명단에서 한국을 지우기 위한 대응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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