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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쟁사 베테랑 속속 영입하는데…삼성 ‘스타 엔지니어’ 영입은 언제? [김민지의 칩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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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마이크론, 반도체 거물 잇따라 영입

기술·능력 위주 파격 ‘러브콜’

삼성전자, ‘스타 해외 인재’ 영입 요원

“기술 인재가 미래다” 李회장 신념 되새겨야

립부탄(왼쪽) 신임 인텔 CEO와 최근 마이크론 이사회에 합류한 류더인 TSMC 전 회장. [인텔,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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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의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 정책을 꿈꾸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텔과 마이크론이 거물급 반도체 인사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반도체 업계를 선도해온 베테랑들을 내세워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기술인재 현황은 다소 안타깝습니다. 애써 모셔온 미래 기술 인재들은 떠나는데, 글로벌 스타 엔지니어를 새롭게 영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이 파격적인 외부 리더를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능력만 본다” 치열한 기술인재 영입 경쟁
인텔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립부 탄(65) 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CEO가 사임한지 3개월 만입니다.

새 수장 발표 후 인텔 주가는 약 15% 급등했습니다. 인텔 역사상 첫 번째 외부 출신 CEO로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의 ‘구원투수’로 경영 정상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탓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립부탄은 반도체 업계의 유명한 ‘베테랑’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자란, 미국 국적의 화교입니다.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 학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핵공학 석사 학위, 샌프란시스코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이상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CEO로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케이던스의 매출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주가는 3200% 상승했습니다. 시놉시스와 함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죠.

앞서 그는 인텔 이사회 멤버로 2년간 재직하다가 지난해 8월 떠났습니다. 인텔의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문화 때문에 다른 이사회 멤버들과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공지능(AI) 전략을 두고도 전 CEO인 펫 겔싱어와 이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사회와 갈등을 맺어 떠났던 인물을 다시 불러온 걸 보면, 인텔이 정말 ‘능력’만 보고 새 수장을 임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라는 점을 높게 산 겁니다.

실제로 그는 첫 행보부터 파격적이었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운드리 사업을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그는 취임 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텔에게는 회사를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고 세계적인 파운드리 업체로서의 입지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인텔을 ‘엔지니어링 중심 회사’로 만들어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약속을 책임지고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TSMC를 주축으로 한 ‘인텔 파운드리 사업 인수’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외신들은 TSMC가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 등을 상대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베테랑’ 탄 CEO가 케이던스에서처럼 인텔의 파운드리 부활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TSMC ‘거물’ 손잡고 역전 노린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반도체 ‘거물’을 영입했습니다. 류더인 TSMC의 전 회장을 신임 이사로 임명한 것입니다.

마이크론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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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더인 전 회장은 1993년 TSMC에 합류한 후 30년 이상 근무한 ‘파운드리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TSMC 사장 겸 공동 CEO를 역임했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마이크론의 이번 영입은 AI 시대 필수 메모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에서 TSMC와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연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HBM4(6세대)부터는 파운드리 공정이 필요합니다. HBM의 두뇌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를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도 HBM4 개발에 TSMC와 협력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긴장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D램 기술력에서 흔들리는 틈을 타 국내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D램 기술력이 SK하이닉스 보다는 뒤처졌지만, 삼성전자 보다는 빠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달 10나노급 6세대 공정을 적용한 D램 시제품을 인텔, AMD 등에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사 검증 작업을 마친 뒤 대량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DDR5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약 7개월의 격차가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아직 삼성전자는 1c D램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1a 공정부터 성능 논란이 불거지며 재설계에 착수했고,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으로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도 늦어지고 있죠.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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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기술 인재’ 강조했는데…
글로벌 ‘베테랑’ 영입 무색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위기를 고려하면, 다양한 글로벌 ‘베테랑’ 기술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삼성전자에는 분위기를 반전할만한 신선한 스타 엔지니어 영입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애써 모셔온 기술 임원들도 퇴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12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퇴임한 임원은 총 31명입니다. ▷TSMC 출신 린준청 부사장 ▷인텔 출신 슈퍼컴퓨터 전문가 로버트 위즈네스키 부사장 ▷한국계 스타 디자이너 이지별 부사장 ▷아마존 출신 장우승 빅데이터센터장 부사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료로봇연구단장 출신 강성철 제조로봇팀장 부사장 ▷퀄컴에서 영입한 이성원 상무 ▷컴퓨터 구조 석학인 위구연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입니다.

미래 기술 분야인 로봇, AI, 반도체 등의 전문가들이 떠났지만, 그만큼의 새로운 인재 수혈은 없었습니다. 이번 사업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기술인재는 ▷퀄컴에서 영입한 박찬홍 시스템LSI SOC사업팀 부사장 ▷싱가포르 연구기관 A*STAR에서 영입한 최동규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설비기술연구소 상무 등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매년 퇴사하는 영입임원보다 훨씬 많은 임원을 새로 영입한다”며 “인재제일이란 경영철학에 따라 영입 인재들이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 명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당시 그는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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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은 그간 여러차례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는 2022년 10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삼성전자 온양·천안캠퍼스에 방문했을 때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고, 2024년 삼성 명장간담회에 참석했을 때는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죠.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기술 베테랑을 좀 더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많은 스타 임원들이 퇴사한 걸 보면 내부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전반적인 사기 저하를 해결하고 조직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글로벌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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