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CP 발행 전 회생 계획 밝혀지며 오너家 실형
동양, 부도위험 숨기고 회사채 발행…회장 7년 실형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 비대위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인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12. sccho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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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LIG·동양사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은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2011년 회생 절차 신청 열흘 전까지 2151억여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던 LIG사태, 2013년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통해 1조3000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했던 동양사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홈플러스의 단기금융채권은 기업 CP와 전자단기사채 등 1180억원,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유동화 전단채(ABSTB) 4000억원 등 6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ABSTB의 상당 규모가 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가 등급 강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기업회생을 준비하면서도 채권 발행을 강행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ABSTB 발행 사흘 만인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A3에서 A3-로 강등됐고, 일주일 만인 지난 4일에는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법조계 역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신용등급의 강등을 사전에 알고, 피해자들은 이를 모른채 회사채를 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LIG건설 기업어음(CP) 부당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왼쪽)과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이 2012년 10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12.10.17. jhse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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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건설 오너가, 사재출연에도 장·차남 실형
LIG 사태는 14년 전 발생했다. LIG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로 1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 부담과 미분양 물량 등으로 재무구조와 경영상태가 악화돼 2011년 3월21일 법정관리를 신청, 같은 해 9월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LIG건설이 2011년 2월 25일에 내부적으로 회생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날부터 회생 신청 전까지 판매한 CP 242억여 원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했다. LIG의 말만 믿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CP투자를 권유한 증권사들도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오너일가는 이로 인해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2016년 7월 LIG그룹 최대주주였던 고(故) 구자원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했다.
장남 구본상 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부회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기업 사망선고에 버금가는 회생 신청을 계획하고도 대주주 일가의 담보 주식 회수를 위해 정보가 부족한 고객을 속인 것으로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파렴치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구자원 회장 등 LIG 대주주는 2016년 초부터 사재 출연을 통해 730억 원 규모의 피해보상 조치를 이행했고, LIG손해보험 지분매각을 통해 CP투자자 전원에 대한 피해보상을 진행했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뉴시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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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여명 1조3000억 피해…현재현 동양 회장 7년 복역
'동양사태'는 2013년 9~10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가 연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무려 4만여 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다. 피해액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대표는 이 사건으로 2016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2021년 1월 만기 출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2013년 8월 20일을 기준으로 현 전 회장의 사기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이 적어도 2013년 8월 20일에 기업의 부도를 예견했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는 CP 판매에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2013년 8월 19일까지의 CP 발행에 대해서는 부도 발생을 예측하고도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통해 CP를 판매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금감원, 검사 돌입…'2월 25일'에 시선 집중
금융당국의 시선은 마지막 홈플러스 ABSTB 발행일인 '2월 25일'에 집중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 1국과 3국은 지난 13일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에 대한 검사를 단행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25일 이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했거나 기업회생을 내부적으로 계획했는 지를 살피기 위한 검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는 검사 당일인 지난 13일 사전에 등급이 하락할 걸 예상하지 못했다던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지난달 25일 오후에야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 평가 결과를 전달 받았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다음날인 26일 바로 재심의를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유동화증권 발행 결정은 지난달 24일 이미 완료됐으며 25일 오후 신용평가 예비평정 결과를 통보받기 전 발행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 13일 기자들을 만나 "전자단기사채 판매나 세일즈 앤 리스백(sales&lease back) 과정 중 리테일로 떨어진 것에 대해 감독 기관으로서 해야 할 것들을 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검사는 불가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사 대상이 된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CP, 전단채 등을 인수한 증권사다. 특히 특수목적법인(SPC)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를 설립해 카드사로부터 인수한 홈플러스 카드매입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해 왔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를 사기죄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CP와 전단채 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한 신용평가사다. 신평사들의 등급 하락 이후 지난 4일 홈플러스는 즉각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신평사들은 CP와 전단채 등급을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인 'D'로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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