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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 (목)

1400만년 전 지구 냉각, 우주 구름이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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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독일 연구진 분석 발표

태양계가 ‘래드클리프 파동’ 안 진입

대기권에 먼지 유입…빙하 확장 촉발

밤하늘에 뜬 우리 은하 모습.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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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400만년 전 갑자기 나타난 지구의 기온 하락이 우리 은하에서 날아든 물질 때문에 유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시기에 태양계가 초대형 우주 구름을 통과하면서 지구 대기에 먼지가 다량 유입됐고, 이 먼지가 차광막 구실을 하면서 일조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선사시대 기후변화에 외계가 개입됐다는 주장이어서 향후 추가 검증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과학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는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독일 쾰른대 과학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래드클리프 파동’이라는 대규모 우주 구름에 의해 선사시대 지구 기후변화가 촉발됐다는 분석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최근호에 실렸다.

래드클리프 파동은 2020년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우주망원경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길이 약 9000광년, 폭은 약 400광년으로 우리 은하 내에 있는 일종의 대형 구름이다. 물결 치듯 출렁이면서 움직이는 것이 특징으로, 주로 먼지와 가스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거 래드클리프 파동과 지구가 속한 태양계의 이동 방향·거리를 분석했다. 그러자 지금으로부터 1240만~1480만년 전 사이에 태양계가 래드클리프 파동 내부를 지났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순항 중인 비행기가 항로 앞에 형성된 두꺼운 구름 내부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긴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태양계가 래드클리프 파동 안에 있을 때 지구 기후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신생대 마이오세 중기로 분류되는 이때에는 남극에서 빙하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전 지역에서 매우 온화했던 지구가 갑자기 추워졌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태양계가 래드클리프 파동 내로 돌진하면서 우주 먼지가 지구 대기권으로 다량 유입됐고, 이 때문에 지표면으로 날아드는 태양광이 줄었다고 봤다. 줄어든 태양광으로 인해 지구 온도가 내려가면서 남극에서 빙하가 확장됐다는 얘기다.

그동안 관련 학계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 등을 마이오세 중기 기온 하락 원인으로 꼽는 연구가 있었지만, 완벽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진 분석으로 그런 빈틈을 메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금까지 신생대 기후변화에 외계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은 모두 가설에 머물렀거나 아예 폐기가 됐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를 보면 우주 먼지가 지구 냉각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만큼 향후 추가 탐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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