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도로에 대형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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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이 시간대에 도롯가에 화물차가 주차돼 있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젠 흔한 풍경이 된 것 같아 착잡하네요.”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한 물류센터 앞 도로. 25t 화물트럭으로 포항에서 인천으로 철강제품을 운송하는 일을 하는 김민섭(54)씨는 적재함이 텅 빈 채 도롯가에 주차돼 있는 대형 화물차들을 바라보며 씁쓸해했다.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지만 이날 포항철강산단 곳곳에는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철강제품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물류업체 주차장에도 화물차가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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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일감 확 줄었다”…노는 화물차들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한 운송업체 주차장에 일감을 얻지 못한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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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현대제철 포항2공장 인근에 노동조합이 경영악화와 고용불안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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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포항철강산단에 위치한 공장들도 대부분 조용한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화물차에 철강제품을 한창 싣고 있어야 할 시간에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다. 공장 앞마당에 적재돼 있는 후판이나 코일만이 이곳이 철강업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제강업체 대표는 “언제쯤 철강 경기가 좀 풀릴지 하루하루 근심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관세까지 해결이 안돼 결국 시행된다고 하니 앞으로 걱정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 불황,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포항철강산단 전체의 생산과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포항철강산단의 생산 실적은 지난해 14조7824억원으로 전년(16조3247억원)보다 약 9.45% 감소했다. 수출 실적 역시 같은 기간 36억5893만 달러에서 33억2592만 달러로 약 9.1% 줄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항 지역 철강업체들은 잇따라 몸집을 줄였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포항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14일까지 포항공장 기술직 근무자 12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 역시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에 이어 같은 해 11월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웅크린 포스코·현대제철…지역에 여파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와 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며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제조원가 혁신에 몰두해 급변하는 대외환경 속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정부와 여야 정당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긴급 금융지원과 세제 혜택 등 정책적 배려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현대제철 포항2공장 인근에 한 시민단체가 현대제철을 응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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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침체의 그림자는 철강업계뿐 아니라 지역 서비스산업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항 전체 제조업 가운데 철강 관련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만큼, 철강업 침체가 고용 감소와 소비 위축 등 지역경제의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셈이다.
포항시 남구 포항터미널 근처 한 식당 업주는 “포항의 대표적인 외식상권인 효자동에만 매장을 내놓은 곳이 60여 곳에 달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며 “그나마 철강회사 직원들 지갑이 두둑한 편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경기도 회복되고 포항이 다시 활기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포항=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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