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철강 관세 이어 농업분야 개방 압력
“中-日은 30개월이상 소고기도 수입”… 美축산업계, 韓겨냥 규제 불만 제기
USTR, 내달 2일 상호관세 앞두고… 트럼프에 “불공정 개선” 건의 계획
韓제약-콘텐츠도 ‘비관세 장벽’ 타깃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소고기 판매 코너.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22억2000만 달러(약 3조2400억 원)어치의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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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산업계가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요청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강한 통상 압박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업계 요구’를 명분으로 한국에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규제를 더 풀라”고 촉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고기는 미국이 수출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발생에 대한 우려로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17년간 미국 축산업계는 꾸준히 이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 중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소고기를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할 때 각국의 관세는 물론이고 비(非)관세 장벽도 고려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 카드까지 꺼낸다면 국내 축산·유통업계는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발생했던 것처럼 이 사안은 통상 의제를 넘어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 축산업계가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의견을 전달한 만큼 최대한 염두에 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 美 “日은 규제 해제”… 韓에 강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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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 시간)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유사한 30개월령 제한을 이미 철폐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광우병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한국과 협의해 이 연령 제한을 철폐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STR은 2013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연령 제한 규제를 해제하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져 오히려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하며 미국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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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해까지 4년째 한국에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다.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소고기의 절반가량이 미국산이었다. NCBA 역시 이날 의견서에 “현재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가장 큰 수출 시장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율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기존 40% 수준에서 점차 감소했다. 올해는 2.6%에 불과하고 내년에는 이마저도 완전 철폐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워낙 강해 ‘소고기 월령 제한’을 비관세 장벽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美 대두-제약업계 등도 韓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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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두협회, 대두수출협의회 등도 한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기관들은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생명공학기술로 개발한 관련 작물의 수출을 한국으로부터 승인받는 절차가 길고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생명공학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의 약값 책정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 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미국 제약사가 개발한 상품의 혁신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며 가격 또한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콘텐츠 열풍’ 속에 최근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문화콘텐츠 부문에서도 한국을 겨냥한 의견서가 있었다. 미국영화협회(MPA)는 “외국 콘텐츠에 대한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부과’ 또한 넷플릭스 등 한국에 진출한 미국 콘텐츠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국내 업계는 통신망 인프라 건설에 기여하지 않은 외국 기업이 적절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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