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모먼트] 최설민 ( 유튜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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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잠깐의 '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성인 4만 4천 명을 상담했던 장재열 상담가가 자신의 삶에서 소진을 겪었던 전문가를 만나 일상 속 멈춤과 쉼의 비결에 대해 묻습니다.
인터뷰어 : 장재열 (상담가 겸 작가,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
인터뷰이 : 최설민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브 크리에이터)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를 가장 많이 만나본 청년"이라고 하고 싶네요. 심리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달려온 85만 유튜버,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놀심)>의 최설민 님입니다.
그럴 만도 하지 않나요? 700개가 넘는 심리학 인터뷰를 진행하며 최근 가장 핫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부터 유퀴즈의 정신과의사로 유명한 김지용 전문의, 아침마당으로 기성세대에게 더욱 익숙한 윤대현, 김병후 정신의학 전문의까지 국내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모두 만나본 그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예상과는 다른, 그러나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심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얼굴은 봤을 사람,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사람, 최설민 님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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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이하 장) :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 : 어떠세요?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를 가장 많이 만나본 청년" 호칭 마음에 드세요?
최 : 감사합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웃음) 인터뷰 콘텐츠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네요.
장 : 그러고 보니 심리학 분야 채널들은 인터뷰 콘텐츠가 흔치 않았잖아요. 대부분 전문가 선생님들께서 직접 나와서 자기 채널을 하시고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런 시도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장 : 그때 인터뷰 콘텐츠를 시도해 본 거군요?
최 : 네, 그런데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요. '나는 서포터다.' 라고요. 저는 이 채널을 하기 전부터도 늘 상대방이 주인공인 채로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하는 역할이 좋고 저 스스로가 그런 역할에 더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저한테 맞는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여러분들이 아시는 그 '놀심'의 형태가 갖춰지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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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 20만 구독자도 사실 굉장한 거긴 한데 (웃음), 어쨌든 자기 자신의 성향을 녹여내기 시작하면서 더 성장을 해나갈 수 있었다는 거네요. 그런데 이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상당히 대형 유튜버이신 것 치고는 인터뷰를 많이 안 하셔서 그 히스토리를 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장 : 아니, 그 어렵다는 편입을 두 번이나. 아니 처음부터 심리학과를 가지 왜 두 번이나 시도를 했나요?
최 : 심리학에 관심은 많았지만, 실제로 제가 그 공부를 하고 그 진로를 택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군 입대 이후였어요. 군 생활 내내 후임들이나 동기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시간이 상당히 많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듣는 걸 진로로 삼아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전역 후 바로 심리학과 편입을 준비했지요. 단 2명 뽑는 데에 60명이 지원을 한 상태였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이 편입에 실패할 경우에는 영어영문학과를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일단 눈 딱 감고 지원했지요.
장 : 오히려 배수의 진을 친 거군요?
장 : 요즈음 대세인 '트레바리'나 '넷플연가'같은 커뮤니티형 모임 같은 거네요?
최 : 네 맞아요. 사람들이 꼭 힘들 때 괴로울 때 상담으로 심리학을 접하는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모여서 놀면서도 심리학을 배우고 자기 삶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만들어서 같이 진행하기도 하고, 워크숍도 하면서 2년을 보냈지요.
장 : 아,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이라는 채널명이 거기서 나온 거군요?
최 : 네 맞아요. 사람들이 공부하듯이 배우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런데 2년 정도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하고 나서 대차게 망한 거예요. 정부 지원을 받아서 심리학 기반의 게임도 만들고 매주 모임을 열어서 50~60명의 사람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그 시간들이 참 의미 있었는데, 사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했지만, 확장의 한계가 가장 컸지요.
그때 생각한 게 뭐였냐면 '와, 나와 동료들이 2년 동안 정말 온 힘을 다했는데, 아무도 놀심을 모르네?' 였어요. 오프라인의 한계를 느낀 거죠. 그래서 한계가 없는 영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용직을 시작해서 돈을 모으고, 모은 돈으로 다시 올인을 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장 : 이번에도 배수의 진을 친 거군요. 저만 그러려나요? 독자분들께서도 비슷한 생각 하실 거 같은데 '와, 설민 님은 기본적으로 배짱이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최 : 아니에요. 저도 불안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불안하시면 시도를 안 하거나, 플랜 B, C를 세우시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선택지가 오히려 이것뿐일 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장 : 이럴 때 저는 사람들이 참 다 다르다고 느껴요. 저의 경우는 반대로 선택지가 여러 개일 때 안정감을 느끼고 도전을 할 수 있거든요. '이거 실패해도 저쪽으로 가면 되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이 들어야 도전을 할 수 있더라고요.
최 : 저도 그런 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일용직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처음엔 물론 익숙지 않았지만 몇 달 해보니까 할만한 거예요. 생각보다는 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또 실패하면 다시 이 일을 해도 괜찮겠다. 또 모아서 시도해 보면 되겠다. 그런 생각은 있었죠.
장 : 그런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실패하지 않고 쭉 잘 걸어왔어요.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 : 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앞서 말했듯이 저는 서포터를 할 때 더 좋은 사람이고,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배수진을 쳐야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직장 생활보다는 무언가 제 것을 할 때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고, 또 저는 긴 호흡의 글보다 짧은 글을 잘 쓰는 편이에요. 함축적으로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겠다. 조회수가 잘 나오겠다. 그런 감각을 조금 가지고 있달까요?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장 : 말씀 듣고 보니, 저는 반대로 짧은 글에 굉장히 약해서 늘 책 제목이나 슬로건, 이런 인터뷰 제목 짓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네요. 확실히 설민 님은 자기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자신만의 기준도 확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어디서 받았냐면, '놀심 채널의 인터뷰 콘텐츠는 돈을 안 받는다'라는 거였어요.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유튜브에 출연하시고, 또 그중 절반 이상이 본인들의 저서를 언급하시잖아요. 그래서 당연히 출판사에서 돈을 받고 저자분이 출연하시는 책 광고 콘텐츠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라면서요?
최 : 네 그런 형태로 돈을 벌 계획은 앞으로도 없습니다.
장 : 아니 85만 구독자라면, 콘텐츠 한편에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까지 광고비를 벌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안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최 : 저는 '상생'이라는 개념을 늘 생각하는데요. 놀심에 나오는 전문가분들은 제 채널에서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고, 또 저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서 그분들의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다 서로 상생이니까요.
저는 늘 마음속에 오프라인으로 다시 사람들과 만나고 교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는데요, 얼마 전부터 독서 모임을 작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만약 돈을 받으면서 책을 홍보해 드리고 있었던 거라면, 제가 선정하는 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저는 늘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연결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특히나 심리학이 주제라면 자기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잖아요. 그 가치를 깨지 않으려면 계속 유튜브는 지금처럼 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돈을 받지 않더라도 많은 전문가 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소득이고요.
장 : 그러고 보면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출연하셨고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좋은 말씀들을 들었을 텐데, 이분들을 만나면서 설민 님이 얻은 깨달음이라던가 인사이트가 있나요?
최 : 제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중요시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알게 된 것 같아요. 모든 전문가 선생님께서 다 귀한 말씀을 해주시지만, 제 개인적으로 더 마음이 가는 이야기나 주제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살펴보다 보면 저에 대해 더 알 수 있는데 확실히 저는 연결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 함께, WITH 같은 개념들을 늘 생각하는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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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 이번에도 유튜브 활동으로 버신 돈을 올인해서 배수진 치셨겠네요? (웃음)
최 : 네 맞아요. 공간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예전처럼 커뮤니티나 모임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고요. 이제는 전문가 선생님들도 많이 뵙고 알게 되었고, 저 자신도 조금 더 심리학을 바라보는 시야가 예전보다는 넓어졌으니, 정식으로 심리상담센터를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런데 기획 단계에서 유튜브가 저다움을 담으면서부터 성장할 수 있었듯이, 공간도 저의 가치관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지요.
장 : 상생, 함께 이런 것들이겠군요.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구현했나요?
최 : 공간 디자인이요. 그리 넓지 않은 평수이지만 최대한 그 안에서 구조를 바꾸고 바꾸면서 사람끼리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공간, 함께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심리상담센터라고 생각하면 소파가 두 개 놓여 있고 1:1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작은 공간을 생각하잖아요. 그리고 상담받으러 온 사람끼리는 교류가 없이 조용히 자기 순서 기다리다가 상담받고 돌아가고요.
그런데 저는 이 공간에 들어온 모든 사람은 서로 '안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상담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는 경험, 만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독서 모임 같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특정한 매개체를 가지고 부담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경험들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장 : 설민 님에게 유튜브라는 도전은 결국 나를 더 잘 알게 만들고, 그를 통해서 오히려 처음 시작했던 그 도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초심의 재발견이 되었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서든 상담을 통해서든 또 커뮤니티를 통해서든 가장 만나고 싶은, 내가 가장 마음이 쓰이는 존재가 있다면 어떤 분들인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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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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