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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참여" 못박은 '알래스카 가스사업'…한미 실무협의체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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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조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트럼프 에너지정책 상징

안덕근 산업장관 "한미 실무협의회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3.5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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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가스관 사업'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참여 여부와 투자 규모 등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할 경우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와 철강·조선 등 국내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업계와 사업성을 검토해 '한미 실무협의체'에서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난달 산업부 장관)방미를 통해서 확인했다"면서 "다만 아직 참여 여부나 구체적인 참여 방식을 결정한 것은 없으나, 미국의 관심사항인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협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공들이는 알래스카 LNG 사업…총개발비 57조원 초대형 프로젝트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과 일본 등이 함께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의 참여를 직접 언급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해와 접한 알래스카 북부의 노스슬로프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혹한의 환경에서 알래스카 남부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에 이르는 가스관 등을 건설하는 고난도 사업인 만큼 총개발비만 387억 달러(약 57조 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막대한 개발 비용에 사업성이 불투명하다 보니 2012년 프로젝트 초기에 참여했던 엑손모빌 등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들은 일찍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 알래스카 주정부가 주도해 2020년 미국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5년 가까이 투자자를 찾지 못해 프로젝트가 멈춰 선 상태였다.

이 사업을 되살린 게 트럼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 개발 사업을 "최우선에 두겠다"며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달 이시루 시게바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알래스카 프로젝트 투자를 요청했고, 일본과 44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알래스카 개발 프로젝트는 미국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천연가스 매장량이 두 번째로 많은 주다. 북부 노스슬로프에만 약 35조 세제곱피트(9911억㎥)가 매장돼 있다. 그럼에도 수출이나 내수용으로 쓰지 못하고 대부분 원유 추출 등 산업용으로 쓸 뿐이다. 막대한 천연가스를 수요지로 운반할 가스관이 없어서다.

트럼프로서는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 무역적자 폭을 줄일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가스관이 건설되면 미국 내 수요지로의 운반도 용이해진다. 미국의 풍부한 석탄 에너지를 십분 활용해 자국민에게 값싼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과도 부합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더그 버금 미국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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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참여 시 韓 실익은…짧은 운송 거리 낮은 수입단가, 관세 지렛대로도 활용

한국 입장에서도 알래스카산 천연가스의 짧은 운송 거리와 그에 따른 낮은 수입단가는 괜찮은 조건으로 평가된다.

알래스카 LNG터미널부터 한국까지 소요되는 이동 기간은 7일 정도다. 이는 미국 멕시코만 LNG가 파나마운하를 거쳐 한국에 오는 기간인 20일과 중동산 LNG가 한국으로 오는 34일에 비해 훨씬 짧다. 도착단가도 알래스카 LNG는 MMBtu(가스 열량 단위)당 6달러대로, 현재 한국과 일본의 평균 수입단가인 14달러대에 비해 저렴하다.

높은 안전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알래스카주의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국, 일본, 대만이 알래스카 LNG를 수입한다면 미국 해군이 이를 호위해 줄 것"이라며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전날 방미 성과를 밝힌 자리에서 "원론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에너지는 파나마운하를 거쳐야 하는데 태평양 쪽(알래스카)에 있는 에너지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면서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는 단순히 사업성 외에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정부는 관세 폭격을 쏟아붓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한 참여 가능성도 열어두고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특히 이 사업이 철강·조선 등 국내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업계와 사업성을 검토한 뒤 미국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면, 한국 기업이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북극해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아 조선업에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국이 먼저 '참여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우리 쪽에서 어떤 형태로든 미국 측으로 (알래스카 사업 참여) 제안이 들어갔다고 예상할 수 있다"면서 "일본도 이미 지난 방미 때 이시바 총리가 (알래스카 투자를)얘기했던 부분인 만큼, 아마 우리 협상단도 그런 부분들을 이미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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