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대형마트 코스트코 가보니…"관세정책 찬성하지 않아, 많은 문제 야기할것"
가전 매장 베스트바이는 썰렁…소비심리 위축된 분위기 여실
'관세전쟁' 본격화한 미국에서 대형마트 코스트코 찾은 소비자들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들 3개국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밝힌 4일(현지시간)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나온 미국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2시께 미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시내 로스펠리스 대로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말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남성 루크 비(38) 씨는 "지금 미국인들 대부분이 비슷한 걱정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는 물가를 더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문제가 최근 본인의 소비 패턴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며 "같은 상품의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한두 개씩 더 사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코스트코 매장에서는 상자 겉면에 중국산이라고 쓰여있는 모형 자동차 장난감을 쌓아놓고 꽤 저렴한 가격(개당 16.99달러)에 팔고 있었는데, 이 제품에 부쩍 관심을 보이거나 카트에 담아가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저렴한 중국산 자동차 장난감에 관심 보이는 미국 소비자들 |
농산물 코너에서는 6개 들이 한 망에 10.99달러(약 1만6천원)라고 적힌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여러 망씩 사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 옆에는 한 망에 13.99달러인 미국산 유기농 아보카도가 쌓여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더 저렴한 멕시코산을 집어들었다.
멕시코계 미국인이라는 안나(46) 씨는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자주 먹는데, 관세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사놓을 수도 없어서 오늘은 2망만 샀다"며 아쉬워했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농산물 살펴보는 미국 소비자들 |
19.99달러(약 2만9천원)에 티셔츠 2장과 반바지를 묶어 파는 아동 의류 코너에서 아이들의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던 여성 브리아나(38) 씨는 "남편이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관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리아나 씨는 "하지만 관세로 인해 오른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코스트코에 올 때마다 계란 가격이 올라 있고, 계란이 아예 없는 날도 많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오는데, 다른 제품들 가격까지 더 오르는 것은 분명히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월요일이어서 코스트코 매장이 평소보다는 덜 북적대는 편이었는데, 이 매장의 바로 옆에 있는 가전제품 전문점 베스트바이 매장은 그야말로 썰렁했다.
썰렁한 미국 가전 전문점 베스트바이 매장 앞 |
3천300㎡(1천평)가 넘는 넓은 매장에 방문객이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월 명목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2% 감소해,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0.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보인 바 있다.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내구재(-3.0%) 소비의 감소 폭이 컸다.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 코리 배리는 이날 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효로 미국 소비자들이 곧 가격 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리 CEO는 "우리는 전 품목에 걸쳐 공급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관세 비용 부담을 소매업체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은 거의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런 종류의 관세를 본 적이 없으며, 이는 전체 산업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것은 비단 베스트바이의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한 산업 전체의 문제"라며 "그 영향을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와 멕시코 대상 관세의 영향이 큰 자동차 시장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썰렁한 LA 베스트바이 매장 내부 |
LA 카운티 글렌데일의 자동차 매장에서 일하는 한 딜러는 "자동차 시장에서는 판매 호조 흐름이 지난 2월까지 이어졌다"며 "관세 정책 발표를 전후해 큰 변화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관세가 시장 판매나 소비자 심리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상당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조립한 부품들로 생산된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아직 관세 영향에 따른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제외하고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이날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캐나다·멕시코 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차량 가격이 많게는 25%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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