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만난 MB…“인공지능 시대 오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시,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경제 성장을 주제로 환담을 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로 어려운 현시기에 규제를 풀어 기업을 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동력과 국가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 포럼에서 ‘Korea Growth Again(KOGA·다시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뒤 오후 3시 30분께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 환담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오 시장이 집필 중인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언급하며 “의제를 잘 잡았다.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이 성장”이라며 “이렇게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하려면 규제개혁을 해야 하고 정치가 그것을 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시대가 지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다. 국민이 갑갑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이 플러스 돼야 나라 위상이 올라가고 어딜 가도 대우받는다”며 “세계 모든 정상이 다 보면 경제정치를 한다. 미국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이 또 “내가 보니까 서울시장이 할 얘기를 넘어선 얘기를 했다”며 미소 짓자 오 시장은 “주제넘게 그랬다”며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오 시장은 “제가 ‘서비스정부론’을 내놨다”며 “스타트업부터 유니콘기업, 대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데 그것을 걷어내 주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면에서 서비스 정부가 되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중심 성장지향형 규제 개혁 대담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의 성장은 기업 성장”이라며 “정치는 지금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오 시장에 대해 “서울시장 경험이 많다. 서울시가 모든 국가 기능을 거의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환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은 나라의 위상을 올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이를 위한 정치권 역할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하셨다”며 “오 시장에게는 지금 시국에서 가장 적절하고 적합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반갑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했던 여러 일화와 한미 관계를 비롯한 외교적 내용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고 그는 소개했다.

김 부시장은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세우려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조속히 복귀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이 전 대통령이 하셨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번 공식 예방 이전에도 이 전 대통령과 비공개로 여러 차례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과 함께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앞서 이 전 대통령을 잇달아 예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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