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과 싸우던 머스크 "오픈AI 살게"…3분의1 값 제시 속내는?

WSJ "머스크, 974억달러에 인수" 제안…
올트먼 "트위터 97.4억달러에 팔든지"

/AFPBBNews=뉴스1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이 충돌했다. 머스크의 투자 컨소시엄이 올트먼 CEO(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오픈AI를 사실상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기술업계의 '앙숙'으로 유명한 두 사람은 가시돋힌 설전을 벌였다. 과거 SNS(소셜미디어) X를 인수한 머스크는 최근 틱톡 인수를 거절했는데, 오픈AI에는 관심을 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측 마크 토버로프 변호사는 '비영리법인' 오픈AI의 지배지분을 974억달러(141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보냈다. 머스크는 제안서를 통해 "오픈AI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오픈소스와 안전성에 중점을 둔 세력으로 돌아갈 때 "라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X 게시글을 통해 곧바로 "사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트위터를 97억4000만달러에 사겠다"고 적었다. 이는 머스크가 제안한 오픈AI 가격의 10분의 1로, 사실상 인수 제안을 비꼰 표현이다. 앞서 머스크는 2022년 X를 440억달러(64조원)에 인수했다. 올트먼의 X 게시글에 머스크는 "사기꾼"(swindler)이라는 답글을 달았다.

2015년 머스크는 올트먼 등과 함께 오픈AI를 창업했지만, 2018년 이사직을 사임하고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후 올트먼이 CEO를 맡아 AI 개발자금 확보를 위한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 유치 및 투자자 수익 배분 등을 목표로 이 자회사를 '보통주'를 보유한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고, 이를 지배하는 비영리법인은 떼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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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영리화 견제, 인수기회 올 수도…머스크-올트먼의 오랜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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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리 자회사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약 58조원)의 투자를 받기로 하면서, 최대 3000억달러(약 437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비영리법인이 자회사를 지배하는 만큼 머스크의 인수금액은 터무니없는 액수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오픈AI의 법인 전환을 둘러싼 여론전, 또는 이 과정에서 돌출할 수 있는 인수 기회를 엿본다는 분석이다.

최초 공익을 목표로 해 여러 혜택을 받았던 기업의 사유화인 만큼, 오픈AI의 법인 전환은 관계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특히 비영리법인의 가치 평가가 핵심이다. 영리 자회사 통제권의 상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더해져야 한다. 현재 오픈AI는 비영리법인 가치를 300억달러 규모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이 비영리법인에 시장 판단의 3배 넘는 974억달러의 가격표를 붙였다.

WSJ는 "머스크가 비영리법인의 입찰가에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면서, 비영리법인 가치가 높아질수록 분사 후에도 더 많은 영리법인의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봤다.

지난달 머스크 측은 오픈AI 본사 소재지 및 법인이 설립된 캘리포니아와 델라웨어 법무부에 비영리법인의 공정가치 결정을 위한 공개 입찰을 제안하기도 했다. 머스크 측은 "더 높은 입찰가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으로 오픈AI의 법인 전환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올트먼 CEO의 지배력도 타격을 입는 만큼, 머스크에게는 기회가 될수 있다.

최근 틱톡 인수설에 대해 머스크는 "나는 보통 회사를 처음부터 설립한다"며 M&A(인수·합병)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X 인수는 "미국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로 오픈AI 인수 기회가 열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머스크는 그간 AI 기술 경쟁에서 한 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 왔고, 줄곧 오픈AI를 견제해 왔다. 오픈AI는 2018년 머스크가 영리 기업화에 동의하고 테슬라와의 합병까지 제안해 놓고선, 오픈AI 통제권 확보에 실패하자 떠났다는 내용의 문서를 지난해 말 폭로한 바 있다. 머스크의 속내는 오픈AI 지배라는 주장이다. WSJ는 "이번 인수 제안은 머스크의 AI 회사인 xAI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거래 후 오픈AI와 합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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