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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 (목)

"손실 입어도 분담"…벤처투자 경험 없는 기관 위한 펀드 조성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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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첫걸음펀드 참여하는 최초 출자자에 '풋옵션' 제공

민간 중심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오픈이노베이션 신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5년 1월 16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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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지금까지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 적 없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를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풋옵션'(매각할 수 있는 권리)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올해 신설한 'LP 첫걸음펀드'에 참여하는 최초 출자자(연기금·금융사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인데, 이에 따라 최초 출자자는 출자 지분의 30% 이내를 모태펀드에 매각할 권리를 갖게 된다.

3일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말 'LP 첫걸음 펀드'와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중기부와 한벤투는 해당 펀드에 실제 투자할 출자자와의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 구체적으로 관련 사업에 대해 공고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풋옵션을 비롯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벤처펀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벤처투자 시장에 신규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2024년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4' 공간이 국내외 벤처기업가들로 북적이고 있다. '컴업'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전 세계에 알리고,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자 등 전세계 스타트업·벤처 생태계 구성원이 교류하는 장으로서 6회째를 맞았다. 2024.12.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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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펀드 출자 경험 없는 연기금 모시기…파격 인센티브 제공

'LP 첫걸음펀드'는 기관 투자자(LP)를 위한 펀드다. 벤처투자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연기금, 금융사 등 기관 투자자를 벤처투자 시장으로 신규 유입시키기 위한 마중물 성격이 강하다.

국가재정법 제5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기금은 68개다. 이 중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하고 있는 규모는 9% 수준인 6개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저조한 출자율은 벤처펀드가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부가 1987년 벤처투자조합 제도화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청산된 1107개 펀드를 전수 분석한 결과 국내 벤처펀드는 연 9%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수익률(3.9%)의 2배 이상이다. 전체 벤처펀드의 66% 이상은 원금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중기부는 이처럼 수익률이 높은 벤처펀드에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10년간(2015~2024년) 벤처투자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기관을 대상으로 'LP 첫걸음펀드'를 올해 처음 조성한다. 마중물 역할을 할 모태펀드 출자 예정 금액은 200억 원이다. 투자 분야는 최초 출자자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게 했다.

LP 첫걸음펀드는 손실 가능성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센티브를 실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모태펀드가 처음 실시하는 풋옵션이다. 풋옵션에 따라 LP 첫걸음펀드에 참여하는 최초 출자자는 출자 지분의 30% 이내를 모태펀드에 매각할 수 있다.

이는 최초 출자자의 손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장치로, 출자한 벤처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급하게 유동성이 필요한 경우 최초 출자자가 활용할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초 출자하는 기관은 손실 가능성을 가장 우려할 것이기 때문에 풋옵션을 행사해 위험을 낮추도록 해줄 테니 출자해달라는 취지의 과감한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선손실충당'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우선손실충당은 벤처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모태펀드가 자펀드 결성액의 10% 이내에서 최초 출자자의 손실을 보호하는 인센티브다.

최초 출자자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초과수익 이전'과 '콜옵션' 인센티브도 실시한다.

초과수익 이전은 자펀드의 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할 경우 모태펀드가 수령할 초과수익의 30% 이내 수익을 최초 출자자에 이전하는 인센티브다. 또한 모태펀드가 출자한 지분의 30% 이내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도 제공한다. 다만 초과수익 이전과 콜옵션 인센티브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2024년 4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출범식에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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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처음 선보인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OI 분야 신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는 민간 출자 비율이 정부 자금(모태펀드)보다 더 높은 민·관 공동출자 펀드다.

모태펀드와 대기업, 금융권,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연합 LP'를 조성해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에 공동으로 출자하면 운용사(GP)인 벤처캐피탈이 민간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해 자펀드를 결성하는 구조다.

지난해 4월 처음 출범한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는 같은 해 9월 운용사를 선정했다. 출자사업 선정 결과 19개 민간 출자자가 3280억 원, 모태펀드가 2310억 원을 출자했다. 선정된 운용사들은 현재 총 20개, 8376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 중이다.

당시 한화토탈에너지스, 카카오모빌리티 등 6개 기업·기관이 처음으로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에 새로 참여하는 민간 출자자 리스트를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의 민간 출자자 확보는 올해도 계속된다. 중기부는 올해 신규 자펀드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1760억 원의 모태펀드를 투입한다. 이를 통해 금융권, 대·중견기업, 연기금·공제회 등 민간 기업·기관을 유치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의 인센티브는 △우선손실충당 △초과수익 이전 △콜옵션 인센티브(초과수익 이전과 콜옵션 중 하나 선택) 등 LP 첫걸음펀드와 동일하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만의 인센티브로는 자펀드 포트폴리오 기업 중 희망하는 기업의 지분을 민간 출자자가 우선 매수할 수 있는 '투자기업 지분 우선매수권'이 있다.

한편 올해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는 출자 분야에 '오픈이노베이션'을 신설했다. 벤처·스타트업과 기술 제휴, 공동 사업화, 해외 시장 진출 등 오픈이노베이션 목적의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의 '초격차' 분야는 '초격차·글로벌'로 확대, '세컨더리' 분야는 유지됐다.

신규 출자자를 늘리기 위한 펀드 조성에 벤처캐피탈 업계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민간 출자자 확대로 벤처캐피탈 업계의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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