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소멸 예정에 공급망 다변화 등 북미 전략 수정
미 비싼 인건비 ‘발목’…멕시코 생산이 ‘이득’ 분석도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내 가전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MSCA)에 근거한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인건비·건설비가 저렴한 멕시코는 가전 기업들의 미국 수출용 제품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몬테레이에 TV·냉장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에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을 생산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21.1%, 삼성전자는 20.9%로 각각 1·2위다. 그 뒤를 현지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월풀 등이 잇고 있다. 고율 관세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현지 브랜드가 단숨에 치고 올라올 수 있다.
아예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의 건조기 물량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으로, LG전자는 멕시코 일부 생산라인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생산라인을 이동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며, 미국 내 인건비 등이 비싸기 때문에 고율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멕시코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게 이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 자회사인 LG이노텍의 문혁수 대표는 지난달 ‘CES 2025’에서 “(25%의) 관세를 매기더라도 미국이 워낙 비용이 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게 이득”이라며 “관세를 덜 내는 방향으로 가능할지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현재 멕시코 공장을 증설 중이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 업계의 저가 경쟁을 물리치고 격차를 벌리는 등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무역장벽에 막힌 중국산 저가 물량이 다른 시장에 대거 풀리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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