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님, 안녕하십니까? " " 아, 박 경장 어서 와요. 어쩐 일로? " " 아, 네.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
1995년 대구지검 형사2부 윤석열 검사의 사무실에 한 경찰관이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윤 검사는 그와 자주 만나 안면이 있는 듯 그를 자리에 앉혔다. 윤 검사 사무실은 그 무렵 대구지검의 ‘참새 방앗간’이었다. 당시 그곳에서 함께 근무했던 전직 검사 A의 전언이다.
" 윤석열 검사실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어. 초임인데도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잘하니까 체포돼서 온 나쁜 놈들로 늘 넘쳐났지. 형사2부는 식품·보건·위생이 주요 수사 대상이었는데 강력 사건도 같이했어. 그래서 윤 대통령이 당시 깡패도 많이 잡아넣었어. "
대검찰청 검찰체험관에 마련돼 있는 전시용 검사실의 모습. 실제 검사실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이곳보다 훨씬 어둡다. 사진 대검찰청 |
윤 검사는 실적이 좋았다. 후술하겠지만 일반 형사·강력 사건뿐 아니라 특별수사의 기본인 인지 수사 영역에서도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사건을 적극적으로 추가 수사해 구속하는, 이른바 직구속 건수가 당시 대구지검 검사 중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캠프에서 배포한 윤 대통령의 젊은 시절 사진. 사진 윤석열캠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그래, 어쩐 일로 온 거예요? "
윤 검사의 물음에 박 경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은 새로 오신 제 상사가 제가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서…. " " 관련해서? " " 주요 피의자를 수사하지 말라고 외압을 행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사건이 엉터리로 올라오면 수사 지휘를 강하게 해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음, 그런 일이 있군요. 그러면 이렇게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 그때 경찰관들이 경찰 윗선으로부터 압력이나 청탁이 많이 들어오니까 검사한테 면담을 신청해서 ‘나중에 사건이 송치되면 수사 지휘를 잘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검사가 안 된다고 한다’는 핑계로 외압에서 벗어나려는 거였지. 윤 대통령이 그때 그런 이유로 찾아오는 경찰관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조언도 참 잘 해줬거든. 그래서 경찰관들이 좋아했어. "
━
초임 검사, 대형 참사에서 ‘전체 보는 법’을 배우다
1995년 가스폭발로 대형 참사가 발생했던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 1호선 공사장의 처참한 모습.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구지검은 10여 개 검사실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이 사건도 윤 검사에게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당시 그는 수사하면서 상급 기관에 올릴 보고서와 보도자료 작성 작업을 병행했다.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을 키울 기회였다.
보고서나 보도자료는 전체 수사 상황을 파악해야만 쓸 수 있다. 당시 10여 개 검사실이 각자 파트를 나눠 수사했던 만큼 자기 파트만 알아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A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직구속 1위…특수 검사 재능 발견
하지만 역시 대구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인지 수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것이었다. 윤 검사는 어느 날 범죄 심증이 강해 여러 번 검경의 수사를 받았지만, 번번이 무혐의로 풀려난 한 피의자의 기록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그걸 숙독하던 그의 눈에 이상한 대목이 포착됐다. 기록 앞부분에 나온 내용과 뒷부분에 나온 내용이 서로 모순되고 배치됐다. 윤 검사는 본격적으로 그가 연루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결국 범죄 증거를 확보해 그를 기소했다.
그때부터였다. 윤 검사는 계장 2명과 함께 유사 사안, 그러니까 범죄 심증이 강했지만 처벌하지 못했거나 불구속으로 송치된 사건들의 기록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A의 전언이 이어진다.
" 윤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간 횡령·배임·사기 등 사기꾼들을 보완 수사해서 꽤 많이 직구속(*불구속 송치 사건을 검사가 적극 보완 수사해 직접 구속한 경우)했어. 아마 그때 직구속 건수로는 대구지검 검사 중에서 1등이었을 거야. 그때 특수의 기본이 되는 경제범죄 수사 재능을 발견한 거였지. "
━
윤 대통령, 정말로 수사 잘했나
뒷날 윤 대통령은 수사 능력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물론 당대의 특수통으로 불린 만큼 수사를 잘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계속)
“윤 대통령이 자백을 아주 잘 받아냈어.” 대체로 이런 평가를 내렸지만, ”한동훈 같은 조력자가 꼭 필요했다.”는 이견도 있습니다.
전 동료들이 기억하는 그의 수사 능력은 어땠을까요. 또 칼국수를 말아주던 일상의 모습도 회상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28
윤석열vs한동훈,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야! 휴게소다”“또 들르게요?” 윤석열·한동훈 10시간 부산행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516
“변호나 똑바로 해 이 XX야”…법정서 터졌다, 尹 폭언·막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035
“분명히 책임진다고 했는데…” 尹 검사, 노래방서 버려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30
“폭탄주가 약! 혈뇨 싹 낫더라” 이성윤 기겁하게 한 연수생 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391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