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잘못된 편에 섰다 생각” 발언도
中 알리바바, AI ‘퀜 2.5’ 오픈 소스 공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5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애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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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인공지능(AI) 모델이 업계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챗GPT 혁명의 주인공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오픈 소스 전략 채택'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기업의 수장이 "(기존 방식은) 잘못된 길"이었다고 자인한 것이다.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그만큼 딥시크의 충격파가 강력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트먼 "개인 의견... 오픈AI 전체 견해 아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트먼은 이날 새로운 AI 모델 'o3-미니' 출시를 기념해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에서 진행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 세션 도중 이같이 밝혔다. 한 이용자가 남긴 'AI 모델 기술과 연구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 글에 그는 "그렇다. 현재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대중에게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독점 모델로 운영돼 온 챗GPT를 딥시크처럼 오픈 소스 방식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올트먼의 언급은 오픈AI의 전면적인 전략 변경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픈AI는 2015년 설립 당시 "대중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모델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과도한 정보 공유가 오히려 '안전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비공개 원칙을 채택했다. 현재 AI 모델의 오픈 소스 방식을 채택한 빅테크는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뿐이다. 오픈AI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트먼이 처음 입장(오픈 소스)을 뒤집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올트먼은 이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도 남겼다. 답변에서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섰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오픈 소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픈AI의 모든 구성원이 이런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며, 이것(오픈 소스 전략 검토)이 현재 우리의 최우선순위도 아니다"라고 부연하긴 했다.
딥시크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첫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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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재 전 세계 AI 업계에서 가장 입김이 센 올트먼의 입장 변화는 매우 상징적이다. 실제로 중국 알리바바가 딥시크 충격 직후 자사 AI 모델 '퀜(Qwen) 2.5'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는 등 AI 업계는 변화하고 있다. 독점 모델을 가진 거대 기술기업 간 '비밀 경쟁'에 수십억 달러가 쓰이는 기존 관행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젠슨 황 회동... AI 칩 수출 통제 강화?
홍콩의 벤처 투자가 제니퍼 주 스콧 I.N.캐피털 창립파트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딥시크가 글로벌 경쟁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놨다"고 진단했다. 인쇄 혁명으로 지식 독점을 깨뜨린 '구텐베르크 인쇄술'과 딥시크를 비교하기도 했다. 스콧은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글로벌 디지털 경제는 소수의 기술 거인에 의해 통제되기 시작했다. 큰 자본과 에너지가 필요한 폐쇄 모델만 남아 대중은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딥시크의 추론 모델이 오픈 소스로 공개되면서 AI가 소수만이 아니라 대중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짚었다.
딥시크 충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AI 칩 수출 통제 강화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딥시크 측이 자체 AI 개발에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칩'만을 활용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AI용 고사양 칩을 딥시크가 우회 수입해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황 CEO를 "신사(gentleman)"라고 칭하며 "좋은 만남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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