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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 독식하려던 오픈AI, 딥시크 등장에 폐쇄형 모델 '잠금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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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시크 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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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딥시크 쇼크' 이후 오픈소스 전략 도입을 시사한 것은 딥시크가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가져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픈AI는 그동안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전략을 취해왔다. 오픈AI가 만든 AI를 사용하려면 프로그램(API) 사용료를 내고 이용해야만 했다. 반면 딥시크가 지난달 말 공개한 딥시크 R1은 오픈소스로 모든 코드와 AI 모델의 가중치가 공개돼 있어 누구든지 이를 가져와서 수정하거나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딥시크의 R1은 오픈AI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이후 일부 사용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했던 사고(Reasoning)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오픈AI가 갖고 있던 비밀을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개방한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증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도 업체의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는 상황에서는 폐쇄형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증류란 특정 AI 모델이 다른 모델의 출력 결과를 훈련에 쓰면서 유사한 기능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오픈AI는 개발자 생태계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오픈AI는 그동안 '데브데이'를 개최하는 등 전 세계에서 개발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딥시크 등장 이후 많은 스타트업이 딥시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오픈AI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빠르게 딥시크를 도입한 것은 이 같은 개발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딥시크와 경쟁을 확대하기 위해서 기존에 비공개했던 모델을 오픈소스로 풀어버릴 수도 있다. 오픈AI는 기존에도 음성인식 AI인 '위스퍼'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적이 있다. 오픈AI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구글의 제미나이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같은 경쟁 모델도 공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올트먼 CEO는 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4일에는 한국을 방문해 오픈AI가 개최하는 개발자 행사인 '빌더 랩'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기간 중 재계 관계자들과 면담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픈AI 다음으로 딥시크에 큰 충격을 받은 미국 테크 기업은 메타다. 메타는 '라마'라는 이름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만들면서 이 시장을 주도해왔는데, 라마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오픈소스 AI 모델이 딥시크에서 나오며 주도권을 딥시크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타는 딥시크 R1 등장 이후 내부에 '워룸'을 만들고 딥시크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딥시크 기술로 AI 모델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공개된 딥시크 기술을 자사 AI 모델 성능 향상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올해 차세대 오픈소스 AI 모델인 '라마4'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오픈AI와 메타가 움직이면서 전 세계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AI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생태계 전반을 일방적으로 주도해왔다. 미국 기업들이 만든 오픈소스가 표준이 되고 이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이 따라오는 형태였다.

하지만 딥시크는 중국이 만든 오픈소스 AI가 표준이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딥시크 외에도 알리바바 큐원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중국 입장에서는 오픈소스가 미국 테크 기업들이 가진 경쟁력을 허물고 중국의 방대한 개발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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