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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 (월)

[르포]"발사!" 명령에 SLBM '산산조각'…北 잠수함 막는 정조대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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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급엔 없는 SM-3·SM-6 미사일 탑재 가능

P-3 해상초계기·링스 헬기와 협업해 잠수함도 격멸

지난 1일 제주 앞바다에서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동함대의 모항인 해군제주기지를 향해 힘차게 항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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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허고운 기자 = "적 SLBM 탑재 잠수함이 활동 중이며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됐음. 경계태세 강화할 것!"

지난 1월 31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제주해군기지로 이동 중인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DDG-II·8200톤급) 승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적 잠수함이 함경북도 동방 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가상 상황이 부여되면서다. 사실상 북한의 잠수함 도발을 상정한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SM-3 탑재해 올해 말 실전 배치…北 미사일 요격 능력 높인다

1박 2일간 진행된 이번 훈련은 올해 말 실전 배치되는 정조대왕함의 전력화 훈련의 일부다. 해군은 이례적으로 전력화 중인 함정에 취재진을 태워 훈련 상황은 물론 함내 주요 장소를 공개했다.

정조대왕함은 북한 탄도미사일의 작전구역 내에 스파이(SPY) 레이더의 집중 탐색구역을 설정하고, 탄도미사일 탐지를 시작했다. 잠시 뒤 정조대왕함 전투지휘실(CCC) 레이더 작동수가 전투체계 화면에서 적 SLBM이 남서쪽 방향으로, 즉 우리나라 육지로 비행하는 것을 포착했다.

함내엔 "현 시각 적의 SLBM 추정 발사체 접촉. 대유도탄 방어태세 1단계 설정. 전 무장 즉각 사용준비"란 내용의 방송이 울려 퍼졌다.

조완희 정조대왕함 함장이 지난 1일 정조대왕함 전투지휘실(CCC)에서 탄도미사일 방어작전 및 대잠수함작전 절차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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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함은 적 SLBM 추적을 유지하며, 레이더에 포착된 제원을 공군 KAMD 작전센터에 전술데이터링크(Link-K) 등을 활용해 전송했다. 이어 적 SLBM을 요격하라는 지시를 받아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

"표적 도착 5초 전, 4, 3, 2, 1, 도착! 적 SLBM 레이더 상 소실!"

정조대왕함이 적 잠수함 활동을 확인한 후 SLBM을 요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해군은 SLBM의 속도, 고도, 요격미사일의 종류 등에 대해선 작전보안상 공개하지 않았으나 요격은 동해 상공 수백 ㎞에서 이뤄지는 내용으로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SM-6 함대공 미사일 작전을 연마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운용 중인 세종대왕급(DDG-I·7600톤급) 구축함에 탑재돼 있는 함대공 미사일 SM-2는 사거리가 170㎞로 항공기 외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없다.

정조대왕함이 탑재할 수 있는 SM-3(블록 Ⅰ)의 사거리는 700여㎞로, 고도 500여㎞에서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또한 SM-6는 최대 34㎞ 고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사거리는 240~460㎞ 정도다.

정조대왕함에서 승조원들이 출항하는 모습. (해군 제공) 202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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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잠수함 기습 도발도 차단…한국형 3축체계 핵심전력

정조대왕함은 훈련 이틀 차인 2월 1일엔 해상에서 대잠수함작전도 펼쳤다. 이 훈련에는 P-3 해상초계기와 정조대왕함에 탑재 가능한 '링스' 해상작전헬기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동참했다.

인근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P-3는 고도를 낮추고 능동 소노부이를 바다로 투하했다. 능동 소노부이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수중 접촉물을 탐지하는 휴대용 소나다. 비행갑판을 박차고 오른 링스 헬기는 적 잠수함의 예상 위치로 전속 기동해 디핑 소나를 물속으로 내렸다.

정조대왕함도 통합소나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해 정조대왕함에 최초로 탑재된 통합소나체계는 다양한 센서와 탐지 방법의 조합을 통해 대잠 작전 수행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체계다.

정조대왕함은 수중정보실에서 수중 미식별 접촉물을 탐지했고, 상급 부대로부터 인근 해역에 우군 잠수함 활동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식별 수중 접촉물에 '즉각 수면 위로 부상하라'라는 내용의 수중 통신을 발신했으나 답이 없었다.

정조대왕함은 수중 미식별 접촉물을 적 잠수함으로 판단, 장거리 대잠유도무기 홍상어를 발사했다. 잠시 후 수십 미터에 달하는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수중정보실에서도 수중 폭발음을 청취했다.

정조대왕함에서 승조원들이 어뢰발사 훈련하는 모습. (해군 제공) 202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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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조대왕함은 어뢰 추진기로 판단되는 수중 소음을 청취했다. 적 어뢰 공격으로 판단한 정조대왕함은 어뢰음향대항체계를 발사하면서 전속으로 회피침로로 기동했다. 이와 동시에 적 잠수함을 향해 함 탑재 경어뢰 청상어로 긴급 공격을 실시했고, 적 잠수함은 완전히 수장됐다.

긴박했던 임무 상황을 성공적으로 마친 정조대왕함은 1일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해군기지에 도착했다. 정조대왕함은 전력화를 마치면 기동함대의 기함이자 해상 기반 한국형 3축체계의 핵심전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을 주관한 조완희 정조대왕함장(대령)은 "정조대왕함은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를 대표하는 첨단 이지스구축함으로 적의 해상 도발 위협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통해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함장은 이어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라고 강조했다.

정조대왕함 함교에서 승조원들이 항해하는 모습. (해군 제공) 202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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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체인지' 모델로 진화…크기 커졌지만 높아진 생존성

정조대왕함의 경하 배수량은 8200톤으로 7600톤급인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보다 크다. 폭은 21m로 같고, 길이는 166m에서 170m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주요 무장과 소나·추진 체계가 개량돼 자동차로 비유하면 '풀 체인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다.

정조대왕함은 세종대왕급이 장착한 5인치 함포, 함대함·함대공 유도탄, 장거리 대잠어뢰, 근접방어무기 외에 함대지 탄도유도탄,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 탄도탄 요격 유도탄을 추가로 운용할 수 있다. 특히 적 탄도탄을 탐지 및 추적은 물론 요격할 수 있게 돼 '해상기반 기동형 3축체계'의 핵심역량을 갖췄다.

정조대왕함 내부 곳곳에는 'Strike First Stand last'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가장 먼저 타격하고, 끝까지 남는다'는 구호엔 대한민국의 바다를 압도적으로,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는 대함·대지·대잠 유도무기를 모두 운용하는 정조대왕함의 역할을 반영했다. 정조대왕함은 크기가 커졌으면서도 스텔스를 위해 외부 경사각을 주는 등 생존성은 높아졌다.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지난 1일 기동함대사령부 모항인 해군제주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5.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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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소나체계도 정조대왕함의 강점이다. 이 체계는 선체 고정형 음탐기, 저주파 능동 예인 음탐기, 다기능 수동 예인 음탄기 등이 통합된 형태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고주파 기반 소나체계에 비해 탐지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저주파 기반의 소나탐지 체제로 진화한 것이다.

추진체계도 기존 가스터빈 4대에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체계(HED) 2대를 추가했다. 가스터빈 4대를 바탕으로 최대 시속 30노트로 운항하면서도 저속으로 기동할 때는 HED를 가동해 연료를 약 30% 절감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는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정조대왕급 2번함인 다산정약용함은 올해 진수되며, 3번함도 지난해 건조가 시작됐다. 이들 정조대왕급 함정은 모두 해군 기동함대사령부에 배치될 예정이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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