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산 이름을 바꾸도록 했다. 거기에 넣은 이름은 '매킨리'. 제25대 미국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를 가리킨다. 트럼프 영향으로 그는 124년 만에 미국 정치 무대에서 다시 주연급으로 발돋움했다. 과거 그의 행적을 보면 왜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그의 이름을 내세웠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5년 9월 눈으로 덮인 디날리산/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 매킨리에 대해 "위대하지만 매우 과소평가 된 인물"이라며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취임사에서도 어김없이 그를 거론하면서 "관세와 뛰어난 지도력으로 미국을 아주 부유하게 만든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미국의 위대함을 기리는 이름 복원'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북미 최고봉인 알래스카주 다날리산의 이름을 매킨리산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이 행정명령은 "매킨리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국가의 영토 확장을 포함해 급속한 경제 성장과 번영을 누렸다"며 "그는 관세를 옹호해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국내 생산을 촉진하며 미국의 산업화와 세계적 영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명시했다.
'영토 확장'과 '관세', 트럼프가 당선 이후 빚은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대통령에 대한 뜻밖의 재조명"이라면서 그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트럼프가 집권 2기에 그리는 야망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 /사진=매킨리 메모리얼 라이브러리 |
실제로 매킨리(1843~1901)는 원조 관세맨이자 영토를 확장하며 미국 팽창주의의 기원을 이끌었단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집권 2기 내세운 관세 폭탄과 그린란드·파나마운하 확보 등과 일맥상통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어릴 때 철강 공장을 임대해 운영하던 아버지로부터 외국과의 경쟁으로 임금이 낮아지고 노동자들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불평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트럼프가 꿈꾸는 황금기도 이와 닮았다. 그는 선거 기간 "1980년대 우리가 똑똑한 나라였던 때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했다"면서 "모든 것에 관세가 있었다. 소득세는 없었다"고 말했다.
북미 최고봉 디날리산의 위치. 지난 27일 구글은 미국 정부 공식 자료에서 '매킨리산'으로 지명 변경이 이뤄지면 지도 서비스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사진=구글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또 매킨리는 해외 영토 확장을 이뤄냈다. 1898년 쿠바 독립을 둘러싸고 갈등하던 스페인과 전쟁을 벌인 끝에 승리하면서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이후 독립) 등을 미국에 편입시켰다. 스페인은 파리조약을 통해 쿠바, 푸에르토리코, 괌을 미국에 넘기고 필리핀을 2000만 달러에 미국에 매각했다. 미국이 식민지 제국이던 스페인을 상대로 새로운 식민지를 얻어내며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같은 해 미국은 하와이도 손에 넣었다.
트럼프가 군대 동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그린란드 매수 의지를 드러내고 파나마운하를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거듭 언급하는 것은 매킨리의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 시대를 연상케 한단 지적이 나온다.
역사학자들은 매킨리에 대한 트럼프의 이해가 불완전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킨리의 관세를 연구한 다트머스대학의 더글러스 어윈 경제학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그림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관세가 당시의 모든 번영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기 미국의 평균 성장률이 높았지만 관세 덕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윈 교수는 "지금 트럼프는 아마도 관세가 돈을 미국으로 가져와 미국을 부유하게 했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관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고 갑자기 관세 때문에 추가 성장이 촉발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매킨리 시대 경제 성장은 관세 말고도 은행들의 대출 가능 자금 증가, 인프라 건설 급증, 이민을 통한 저렴한 노동력 공급, 전화 같은 기술 발전 등이 합쳐진 결과란 설명이다.
미국 CBS에 따르면 의원 시절 매킨리의 관세법은 옷, 신발 같은 대중 생필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다음 선거에서 그가 소속된 공화당은 하원에서 93석을 잃었다. 또 매킨리는 대통령 임기 종반에 미국 상품을 해외에서 계속 판매하기 위해선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 보호 관세를 지지하지 않고 국가 간 호혜주의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진다.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