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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수)

트럼프 스톰에 딥시크 쇼크까지…'엎친 데 덮친' 韓메모리 파장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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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장관 지명자, 칩스법 보조금 확정 유보…불확실성 지속

中 딥시크 저비용 AI, 엔비디아·SK 급락…장기 공급확대 가능성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SK하이닉스·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딥시크' 여파로 한국 반도체 주가의 대표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9%대, 2%대 급락하고 있다. 2025.1.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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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보조금 문제,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 등 국제 이슈로 새해부터 출렁이고 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해당 사안들의 파급력이 큰 만큼 예의주시하며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삼성·SK 보조금 불확실성…美 상무장관 지명자 "계약 분석해야 이행"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 연휴 기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사청문회, 중국 딥시크의 최신 AI 모델 딥시크-R1 공개 등 이슈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칩스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행을 약속하기 위해서는 계약을 읽고 분석해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서 "서명한 계약이 거래인지 어떻게 아느냐. 나는 모른다"라고 했다.

앞서 백악관 관리예산처(OMB)도 지난 28일(현지시각) 각 정부 기관에 모든 연방 보조금과 대출지원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트럼프의 정책과 부합하는지를 소명하라는 지시를 담은 메모를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보류 명령을 내렸고, 백악관은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지시를 철회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업들과 보조금 계약을 확정했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해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서둘러 기업들과 최종 계약을 마무리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그에 따른 보조금 4억 5800만 달러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4㎚(나노미터·10억분의 1m) 및 2㎚ 공정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 센터 및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고 최대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칩스법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공화·민주 양당 합의로 통과했고, 각 지역의 상·하원 의원도 지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 무효로 하기는 어렵지만, '바이든 지우기'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 지급 시기나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딥시크 저비용 AI 충격에 엔비디아·SK하이닉스 급락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20일 공개한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도 반도체 업계 전반에 충격을 일으켰다. 딥시크는 R1의 기반이 된 거대언어모델 'V3'에 2000여 장의 GPU(그래픽처리장치)만 사용했고, 제작 비용도 557만 6000달러(약 8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오픈 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비용 1억 달러(약 1438억 원)의 18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제재 때문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가속기 H100 대신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H800을 훈련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I 모델 개발에 필수로 여겨진 최첨단 AI 칩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자사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관련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가속기에는 SK하이닉스의 최선단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이 탑재된다.

주식시장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6.97% 폭락한 118.42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새 5890억 달러(약 846조 원) 증발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손실이다.

SK하이닉스도 전날(1월 31일) 9.86% 폭락한 19만 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종가는 2.42% 떨어진 5만 2400원을 기록했다.

다만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비용이 명확히 공개된 것은 아니다. 딥시크는 V3 구현에 든 80억 원과 관련해 "공식적인 훈련 비용만 포함했고, 사전 연구와 소거 실험에 관련된 비용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딥시크가 R1을 개발한 비용은 발표되지도 않았다. 이에 딥시크가 실제로는 대량의 H100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AI 생태계 확장에 메모리 공급 확대 가능성도…빅테크, 투자 지속

딥시크 이후 저비용 AI 모델이 확산하면 오히려 메모리 공급 확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날 2024년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딥시크의 시장 영향에 대해 "업계의 역학관계는 항상 변화할 수 있고 제한된 정보로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시장 내 장기적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업계 동향을 주시하며 급변하는 AI 시장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빅테크들도 대규모 AI 인프라 개발과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메타는 지난달 24일 AI 개발에 600억~650억 달러(약 86조~94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 충격이 몰아친 지난달 29일 "자본 지출과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전략적 이점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오픈 소스 표준이 있을 것이고, 우리의 국익을 위해선 이를 미국 표준(american standard)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딥시크와 관련해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 가능해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800억 달러(약 115조 원)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크리스토퍼 푸케 CEO도 CBS 인터뷰에서 "AI 비용이 적어지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해질 수 있다"며 "우리는 그것이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기회로 본다"고 전망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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