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 대통령 방탄’, 민주당 ‘협상력 부재’
특검 동력 상실… 민주당 재표결 시점도 못 정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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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법이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또다시 가로막히면서 좌초 위기에 처하자 여야 공히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방탄'에만 매몰돼 막무가내로 버틴 국민의힘과 이들을 설득하기보다 밀어붙이기에 급급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협상력 부족이 '특검 표류'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국회로 돌아온 내란특검법이 재표결에 부쳐지더라도 1차 때와 달리 이탈표가 속출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여권은 자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황에서 "뒷북 특검이 무슨 소용이냐"는 특검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같은 이유로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하더라도 추진 동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야 공히 12·3 불법 계엄 사태의 진상규명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조기대선 셈법만으로 특검 계산기를 두드린 탓에 내란특검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野 협상력 부재 + 與 막무가내 버티기 = 특검 표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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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최 권한대행은 줄곧 내란특검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기계적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두 차례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여당과 협상에 실패하고 일방 처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야당 내부에서도 1차 내란특검법 당시 특검 추천권을 야당 독식으로 못 박은 게 "특검 골든타임을 놓친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3자 추천으로 여당을 설득할 공간을 마련했다면, 협상 명분을 더 올릴 수 있었다는 반성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특검 원천 반대를 외치며 시간 끌기로만 일관한 국민의힘의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제3자 추천권을 양보하고, 외환 및 내란선전선동 혐의를 제외하는 양보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자체 특검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지만, 이탈표 방어를 위한 내부단속용이었다는 점에서 애당초 특검 의지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중기소 불가능, 동력 잃은 내란 특검
권영세(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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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법이 다시 국회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수사 자료를 받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내란특검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법상 동일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중기소는 불가능하다. 내란특검이 뒤늦게 가동되더라도 정작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기소는 어려워진 셈이다.
최 권한대행이 "별도의 특검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거부권 행사의 주요 논리를 든 배경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 내란 특검을 하자는 건 정치적 목적일 뿐"이라며 "추가 협상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재표결도 난망이다. 내란특검법에 줄곧 찬성 입장을 밝혀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조차 "수사가 끝났고 재판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진행하는 특검은 처음 본다"며 재표결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돌아섰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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