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노골적 대통령 방탄…중도 소구력 의문
━
야, 지지율 격차 왜 좁혀졌는지 성찰 부족
민생경제가 유권자 선택 중요한 잣대될 것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제 회견에서 설 민심과 관련해 “입법부는 거대 야당의 폭주로 괴물이 됐고, 사법부와 수사 기관은 거대 야당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는 개탄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시중에 그런 의견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가뜩이나 힘든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원망의 목소리는 못 들었는지 궁금하다. 야당을 비판하기 이전에 집권당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작금의 난국을 야기한 데 대해 머리를 숙이는 게 먼저 아니겠나.
특히 국민의힘은 최근 보수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상승하자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 방탄에 나서고 있다. 이래서 과연 중도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탄핵소추단의 최기상·박범계 의원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이미선 헌재 재판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법연구회 이슈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논란이다. 사법부에서 특정 성향의 사조직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문제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여당이 그걸 빌미로 헌법재판소를 공격하면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고 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건 판사 개인이 아니라 삼권분립이란 운영 시스템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탄핵했을 때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파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을 공격하는 건 본질적으로 민주당의 행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2017년 탄핵 정국 때와는 달리 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가 급속히 좁혀졌는지, 심지어 일부 조사에선 역전까지 됐는지에 대해선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민주당은 “의석만 믿고 툭하면 탄핵하는 것에 넌더리가 난다”는 비판은 못 들은 것인가.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지연시킨다고 비판하면서 왜 이재명 대표 재판은 계속 늦어지냐”는 반발은 접하지 못했나. 가짜뉴스를 단속하겠다고 설치한 ‘민주파출소’가 “반대 여론 탄압으로 비친다”는 충고를 전달하는 사람은 없었나. 여론조사가 자신들 기대처럼 안 나온다고 ‘여론조사 검증특위’를 만드는 건 “오만한 발상”이란 지적은 전달이 안 됐나.
지금 자영업자·중소상공인과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대기업들도 올해 경영 상황이 불투명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실정이다. 여야가 소모적인 정치 공방은 그만두고 민생안정과 경제입법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국민연금·의대증원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지금 여론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만약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어느 정당이 더 민생 챙기기에 진심이었는지가 유권자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