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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일)

공수 바뀐 여야... 이재명 “추경·연금개혁 하자”에 허 찔린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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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포기
'중도층 외연 확장' 실용주의 행보 계속
與 "정국 전환 위한 꼼수" 비판하면서도
'이재명 제안' 마냥 뿌리치는 것도 부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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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추가경정예산과 연금개혁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우선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면 이를 포기하겠다”며 정부 여당이 현금 살포라고 비판해온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정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죽어가는 민생 경제의 심장을 살릴 추경을 신속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국민의힘 성과로 만들어도 좋으니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부터 2월 안에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반(反)이재명’만 외쳤던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정책’마저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이 대표의 전향적 민생 드라이브에 허를 찔렸다. “정국 전환을 위한 꼼수”,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립서비스”(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라고 비판했지만 ‘민생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마냥 뿌리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당정 주도로 추경과 연금개혁을 추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야당에 정국 주도권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신년회견 기점 연일 실용주의 행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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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수권 정당 리더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치중했다. “설 연휴 전후 민주당 지방정부가 주도한 지역화폐 발행으로 얼어붙은 지역 경제 온기가 살아났다”고 운을 뗀 이 대표는 ‘한국이 20조 원 추경을 집행하면 연평균 0.2%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언급하며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정책이 정부 여당의 추경 추진에 발목을 잡는다면 과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이재명표 실용주의의 연장선상이다.

실제 이 대표는 신년회견을 기점으로 ‘정치인 이재명’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와 선을 긋고 “경제 위기 극복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 이날도 “민생의 온기를 불어넣을 민생지원금은 차등, 선별지원이라도 괜찮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2월 3일에는 반도체특별법 정책 토론회를 직접 주재한다. 고소득 전문직 주 52시간 예외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두루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기업 주도 성장의 길을 열자"고 강조했던 그가 입장을 선회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연금개혁, 1%p 차로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이 대표는 또 이날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의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에 대한 견해차 등으로 무산된 연금개혁과 관련해 “1%포인트 차이 때문에 안 하는 것보다 불만스럽더라도 하는 것이 낫다”라며 “그게 정치 아니냐”고도 했다. 여당에 선제적으로 양보할 의향이 있으니 모수개혁만이라도 마침표를 찍자는 것이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렸던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놓고 줄다리기(국민의힘 44%, 민주당 46%)가 이어지는 와중에 정부 여당에서 구조개혁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더 이상 진도가 나아가질 못했다.

셈법 복잡해진 국민의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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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머릿속이 복잡한 표정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근 추경안 편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큰 틀에선 야당과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자칫하면 ‘여당에 선제적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이 대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어서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올해 예산안을 삭감한 상황에서 곧바로 추경을 추진하려는 모순된 행보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민주당이 추경을 입에 올리려면 작년 말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며 “국민의힘은 추경 요인이 있을 때 여야정이 협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제안한 ‘모수개혁 완료’와 관련해선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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