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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앵커칼럼 오늘] 오월동주,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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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동주(吳越同舟)' 다들 아실 겁니다. 춘추시대 이웃이었던 오나라와 월나라, 친하게 지낼 수가 없었죠. 원수 사이인 두 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탔는데, 풍랑을 만나자 같이 협력해 배를 구했다는 얘기입니다.

외부의 위협에는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요.

어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차담을 나눴는데, 문 전 대통령은 '통합과 포용'을 주문했습니다.

탄핵 정국임을 감안하면 이 대표 중심의 일치단결을 요구할 법한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통합과 포용이' 갖는 묘한 뉘앙스가 궁금해집니다.

회담 전날, 친문계의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쓴 글에서 해답을 엿볼 수 있는 듯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폄훼했던 언행들"에 대한 반성, 사과, 당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었죠.

이재명 일극체제, 정당의 사유화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회피했습니다.

"(김경수 지사님께서 치욕스럽게 당을 떠난 분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셨는데) 대변인 어디 갔어요? 나중에 정리하시죠."

앙금은 이어졌습니다. 친명계 정진욱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복권된 걸 겨냥해, "감사 표시, 충성 표시를 저렇게 하느냐"고 썼다가 지웠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최근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당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도 지적했고요.

이재명 단일대오가 굳건해 보였던 민주당에서 비명계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건, 최근 여론조사와 무관치 않습니다.

탄핵 여론보다 당이나 이 대표 지지율이 낮게 나온 건 민주당으로서는 위기입니다. 이 대표가 양산을 찾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지난 총선 공천 때 '비명횡사'란 말이 회자됐지만 시스템 공천이라 주장했던 이 대표, 위기의식에 몸을 낮춘 듯도 합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좀 더 명확해질 경우, 지금 같은 오월동주가 계속될는지...

두 나라 사람들은 바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싸움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1월 31일 앵커칼럼 오늘 '오월동주, 언제까지'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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