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설 명절에도 어김없이 정치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붙었습니다. 상당수가 규정을 어긴 불법인 데다, 아무 데나 마구잡이 식으로 걸어둔 탓에 보행자들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합정역 사거리 앞.
설 인사부터, 상대 진영을 비방하는 문구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현수막들, 불법입니다.
전봇대나 가로수의 경우, 쓰러짐 사고를 막기 위해 현수막을 2개까지만 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차로 횡단보도 주변은 현수막 아랫부분 기준 2.5m이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제 키가 165cm 정도인데요. 바로 여기 보시면 제 키보다 낮게 걸려있는 이 현수막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낮게 걸면 안되는 이유, 보행자나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택시기사 : {실제로 방해가 운전하시는 입장에서 되시는지…} 아무래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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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이나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 금지 표시 구간은 현수막 설치가 아예 금지돼있지만, 두 개나 설치돼 있는 곳도 있습니다.
또 다른 횡단보도 교차로입니다.
이 현수막 역시 높이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요.
이곳을 보시면 게시 기간이 1월 26일까지로 되어있는데, 오늘 날짜가 1월 30일입니다.
4일이나 지난 채 수거도 하지 않고 그대로 걸려있는 겁니다.
취재진이 서울 곳곳을 돌아다녀 보니 불법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수막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해 봤습니다.
그제서야 "바로 수거하겠다"고 합니다.
[현수막 게시자 : 지금은 설이라 다 집으로 돌아다니느라 확인을 못 했네요. 서울에 있는 분들한테 이야기할게요.]
[정당 관계자 : 빨리 철거를 해달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빨리 시정하겠다'는 반응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정당 관계자 : 제가 현수막 거는 게 아니라 당원들이 걸어주셔가지고 그래서 그게 걸려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제가 잘 몰라서…]
[정당 관계자 : 선생님 이쪽 우파 쪽 문제점만 (취재)하지 마시고 좌파 쪽 현수막 문제점 좀 취재하세요. {저희는 양쪽 다 취재를 하고 있고요. 지금. 규정상 지면에서 2.5m} {이상에 (현수막) 다셔야 하는데…} 됐습니다. 알아서들 취재하세요.]
현수막에는 언제든 연락가능한 번호가 적혀있어야한다는 규정을 어긴 경우도 있습니다.
[전원이 꺼져있어…]
홈페이지에 나온 당 공식 번호는 없는 번호였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현수막을 거는 '형식' 뿐만 아니라, 경쟁하듯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내용'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용한/제주 일도2동 : 물론 현수막이 정치적으로 정당의 의견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사용돼 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너무 표현들이 자극적이어서…]
[정은혜/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 외국인들이 보면 가뜩이나 지금 저희(나라) 안 좋은 거 아는데 그런 것들이 좋게는 안 보일 것 같아요. {아이들이 혹시 '저게 무슨 의미야?' 라던가…} 물어보죠. 저희 아이들은 탄핵이 뭔지도 알고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각 정당에서 선제적으로 지역 선관위에 '현수막 도안이 문제 없는지' 문의를 해오기도 한다"며 "현수막 내용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면, 선관위가 따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각 지자체가 불법 현수막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늘어나는 현수막에 비해 단속 일손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불법 정치 현수막,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시각 공해'가 된 지 오래입니다.
현수막 내용도, 내거는 방식도, 정말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이지혜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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