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사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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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며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할 국내 정·재계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앞세워 주변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계에서도 이러한 긴장감을 해소할 키맨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4박5일 일정으로 트럼프 당시 당선자의 자택이 있는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전격 방문했다. 정 회장은 마러라고에 머물며 트럼프 당선자와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10∼15분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마러라고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 뿐 아니라 대선 캠프 관계자들도 상당수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나눈 이야기에 대해 “특별히 (국내 기업을)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 이야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역할론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일가와 직접적으로 맞닿을 채널이 있는 정 회장이 트럼프 2기 동안 직간접으로 한·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일정 부분 가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 외에도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관계가 주목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0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여러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취임식뿐 아니라 당일 저녁에 열릴 무도회에 참석했다. 재계 인사 중 무도회를 참석하는 것은 정 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도회는 당선인 취임위원회나 공화당 핵심 인사 등이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았다.
류진 회장, 공화당 정치인들과 친분 깊어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자격으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류 회장은 대표적인 미국통 경제인으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공화당 정치인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한·미친선협회 추천으로 초청받은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재단 고문으로 한미 교류활동을 지원해 왔다. 우 회장의 동생 우현의 회장 역시 한미친선협회 회장과 한미동맹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우 회장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식에도 초청받아 참석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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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 역시 한미친선협회 추천을 받아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다. 허 회장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바 있다. 2005년 미국에 진출한 파리바게트는 전역에 2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대표 그룹 총수들이 쌓은 미국 내 네트워크 역시 본격 가동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진행한 전 세계 IT(정보기술) 기업인을 위한 ‘테크 서밋’ 행사에서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최 회장은 내년 2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차 워싱턴DC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자리한 ‘최종현학술원’은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TPD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전현직 고위 관료,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 등이 참여해 국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활동이 펼쳐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직접 워싱턴사무소를 찾아 헤이긴 소장 등과 함께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성, 대선 이후 전망 등에 대해 다각도의 논의를 전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무차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움직임도 활발
취임식을 전후해 국내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에 100만달러의 기부금을 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이자 경쟁사인 GM·토요타 등의 잇따른 기부 행렬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현대차그룹 측은 기부 사실을 알리며 “현대차는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보호한다”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가진 새 행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더 나아가 취임식을 전후해 트럼프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개별 회동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사를 내세워 트럼프 2기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그간의 투자와 기여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관세 그물망에서 빠져나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법인 삼성전자 아메리카는 올해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정책보좌관 출신인 켈시 가이젤만을 영입했다. 아울러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시키며 규모를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당선 직후 이뤄진 임원 인사에서 ‘미국통’인 성 김 고문을 글로벌 대미협력 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 북미 판매를 담당하던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SK그룹은 SK아메리카스를 통해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를 대관 총괄 부사장에 임명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의 이유 중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엿보인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을 미국으로 다시 데려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며 “이는 관세 위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관세를 지렛대 삼아 미국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미 투자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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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북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차질 없이 계획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가 ‘반도체 보조금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투자 계획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0억달러(54조원), 28억7000만달러(5조6000억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과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7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축구장 80개 규모(57만5000㎡)의 부지에 건설된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공장 착공식엔 트럼프 2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한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SPC그룹은 1월 2일 미국 텍사스 주에 약 1억 6000만달러(약 2350억원)를 투입해 제빵 공장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15만㎡(4만 5000평) 규모로 해당 공장은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다. 현대제철 역시 미국에 대형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앨라배마주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용도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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