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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토)

[매경춘추] 마니공 바공 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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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부분의 한국인은 음력설인 설날을 기념한다. 한국 음력 주기 시작을 알리는 시점으로, 최소 3일간의 휴일이 주어진다. 날짜는 유동적이지만 주로 양력 1월이나 2월 초에 해당하며, 전통적으로 타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장남 또는 부모님 집에 모여 조상과 어른들께 인사를 드린다. 이런 전통으로 많은 이가 기차, 버스를 타거나 차를 운전해 설 연휴에 집으로 향하는 대이동을 한다.

한국인들은 설에 전통 음식을 먹고 민속놀이를 즐긴다. 또 아이들은 세배로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예쁜 봉투에 담긴 세뱃돈을 받는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낸 네 번의 설 연휴를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재밌는 사실은 이 기간 방송사들이 가족 시청자들을 위해 유명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새해를 두 번 축하한다. 첫 번째는 새해 전야인 12월 31일 밤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며 진행한다. 이날은 불꽃놀이, 축하 행사, 가톨릭과 기독교인들의 예배, 그리고 많은 음식(간혹 너무 많은 음식이기도 하다)을 준비해 가족 모임을 연다. 필리핀에선 열두 가지 과일을 준비해 먹으며, 새해 매월의 번영을 기원한다. 그리고 장수를 비는 국수도 준비한다.

양력설을 보내고 몇 주 뒤엔 두 번째 새해인 음력설을 축하한다. 이 행사는 주로 필리핀에 거주하는 약 150만명의 중국계 필리핀인 공동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음력설은 최소 하루의 공휴일로 지정되며 주류로 편입되고 있다. 중국계가 아님에도 붉은색을 착용하고, 국수를 먹고, 한국의 세뱃돈과 유사한 빨간색 봉투 '앙 파오(ang pao)'에 돈을 넣어 주고받으며 복을 비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광둥어 '쿵 헤이 팻 촤이(Kung Hei Fat Choi)'라는 말로 서로 부자가 되길 빌어주는 인사를 한다.

필리핀, 한국 등 여러 아시아 나라에서의 새해 축하는 매우 상징적 행사다. 농부들에게는 봄 농사의 시작을 위한 준비를 알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필리핀은 열대 국가이고 농업이 뿌리 깊은 나라이기도 해서, 농부들이 이때 한 해 농사를 계획한다.

새해는 번영과 상서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시점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필리핀에서는 새해에 들어온 모든 좋은 운을 쓸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 집 청소를 하지 않도록 했고, 올바른 발걸음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는 상징으로 새 신발을 사거나 선물로 받기도 했다.

필리핀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가정에서는 효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새해 모임에 직계가족 방문을 우선시한다. 다른 지역의 현대적 사회에서는 친구나 동료와 함께 새해를 축하하기도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축하가 가족 중심적이다. 또한 조부모, 간혹 증조부모와 함께하는 세대 간 모임이 되기도 하는데, 최소 2·3세대 가족이 함께한다.

필리핀과 한국에서 새해를 축하하는 방식이 무엇이든 새해는 관계를 새롭게 하고, 누리는 모든 축복에 감사하며, 강력한 희망과 낙관적 자세 그리고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고, 앞으로의 도전을 극복하며 최선을 다해 더욱 강해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해피 뉴 이어. 마니공 바공 타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리아 테레사 B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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