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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8일 쉰 줄에 들어선 한 남자가 이상한 책 한 권을 출간한다. 자비 출판이었다.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을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공전의 히트작이 된다. 6년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20년이 지나서도 재테크계의 바이블로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책이다. 국제 금융위기(IMF) 충격파가 몰아닥친 대한민국에서도 광풍이 불었다. 바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제경영서다.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는 말의 원조다.
가난한 아빠의 성공 공식은 이렇다. 좋은 학교에 가서 취직하고,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고, 주식 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것. 학위와 직함에 관심이 많고, 한 달에 한 번 받는 월급에 안도한다. 빚을 내서 집과 차를 사고, 무작정 저축하고, 세금 납부가 곧 애국이다. 부자 아빠는 다르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애국이고, 투자용 부동산을 매입하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채를 이용한다. 최고의 회계사와 변호사를 고용해 세금을 줄이고 자산을 불리는 데 관심을 둔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돈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초등학교 버전의 책이라면 최근 국내에 출간된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원제 Why the rich are getting richer)는 대학원 버전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왜 부자들은 더욱 호의호식하며 계좌를 불리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얄밉지만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오웅석 옮김 민음인 펴냄, 1만9000원 |
그에 따르면 부자가 나머지와 격차를 벌리는 진짜 이유는 바로 세금과 부채다. 부채와 세금은 빈곤층과 중산층에는 암적인 존재이지만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 진정한 금융 교육은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중 어떤 것을 사는지도 아니고 분산 투자가 아니라 바로 절세와 레버리지 활용에 있다는 주장이다.
고액 연봉자는 무려 소득에서 45%를 떼인다. 아무리 연봉 100만달러를 받는다고 해도 실수령액은 60만달러에 그친다는 얘기다. 그에 반해 투자소득은 통상 20%대, 수동적 소득은 제로 수준의 세금을 낸다. 투자소득과 수동적 소득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일반 직원들은 일반소득을 위해 일하지만, 같은 기업의 임원진은 투자소득을 위해 일한다. 이것이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이유다. 게다가 일반 직원들은 임금이 잘 오르지 않고, 임금이 또 오르면 회사는 고비용 구조로 인수 대상이 돼 매각 시 구조조정 희생양이 되기 쉽다. 저자가 강연장에서 "수백만 달러를 버는데 합법적으로 세금도 거의 내지 않는다"고 자랑할 때마다 청중의 심장은 멈추고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 "세금은 우리가 잘한 것에 대한 벌금"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기요사키의 관점은 다르다. 세금은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벌이 아니라 보상에 가깝다. 정부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다. 즉 정부 대신 일자리를 만들고, 주택을 보급하는 사람들에게 정부는 세금 혜택으로 보상한다.
기요사키 부부는 약 1만채의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임대 왕'이다. 그는 인세로도 충분히 먹고사는데도 만족하지 않았다. 일하지 않고도 매달 비과세 현금흐름을 창출해 더 부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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