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의대 교수 "충분한 협상 후 합의 했다면 신뢰 하락 없었을 것"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면 문제 해결할 소통, 협의 갖췄는가"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모습. 2025.1.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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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해 2월 2000명 의대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1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사 파업'의 윤리성을 따지기 전에 의대증원 등의 사회적 결정 방식에 대한 윤리성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업 전 충분한 협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면 파업이 끼친 해, 파업 과정의 혼란, 환자-의사-정부 관계의 신뢰 하락은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결할 소통과 협의의 역량을 갖췄는지 반성하고, 해결 방안을 만들 때라는 제언이 뒤따랐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도경 동아대 의대 의료인문학교실 교수는 한국의료윤리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의 '의사 파업의 정당성에 관한 쟁점 : 2024 한국의 의료사태에의 적용'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김도경 교수는 우선 "2024년 의료사태를 파업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의문도 있다. 전공의들은 사직의 형태로, 의과대학생은 휴학의 형태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의 협상 주체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며, 협상 통로도 모호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기존 연구 등을 참고해 파업의 정당성을 △파업의 이유와 목적 △파업으로 인한 해와 위험 △사회 구성원의 입장과 맥락 총 3가지 쟁점으로 따졌다. 이어 "소위 필수의료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심화를 의사 수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보건의료 전반, 더 나아가 교육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의사 수 증가를 포함한 보건의료 정책이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파업의 해와 위험' 측면에서 그는 "파업은 일상적 상황은 아니기에 종료까지 시간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사태의 대표적 주체가 미래 의료를 담당해야 하는 이들로서, 부정적 경험으로 인한 해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료계를 향해서도 "파업 이후 혼란 최소화를 위한 계획들, 2024 의료사태에서 젊은 의사들이 경험한 회의감과 무력감에 대한 돌봄, 그래서 향후 우리나라에 기여할 의사로서 활동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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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부, 시민, 의료계가 우리나라의 10년 뒤, 20년 뒤 보건의료 제도에 대한 청사진을 함께 그려야 하며, 협상과 조정을 통해 지향점에 다가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소통을 위한 통로와 절차가 마련하고, 절차들을 잘 작동,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24년 의료사태를 살필 때, 우리는 의사 파업의 윤리성 이전에 사회적 결정 방식의 윤리성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파업 이전 충분한 협상으로 파업 없이 합의에 이르렀다면, 파업으로 인한 해와 혼란, 환자-의사-정부 관계의 신뢰도 하락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소통과 협의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 그리고 이를 갖추기 위한 방안들을 만들어 가는데 의료인, 정부,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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