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충돌사고 관련 “무능한 관제인력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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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임 후 처음으로 재난 대응의 시험대에 올라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전임 민주당 정권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탓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사고와 관련해 “아직 원인을 정확히 모르지만, 몇 가지 강한 견해와 생각이 있다”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DEI를 중시하는 인사 정책을 펼친 탓에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연방항공청(FAA)의 (직원 채용 등과 관련한)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30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인근 포토맥 강에 있는 여객기와 헬기 충돌 현장 주변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60여명이 탑승한 소형 여객기가 군 헬리콥터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2025.01.30.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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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착륙하려던 여객기와 헬기가 충돌하며 발생한 이번 사고로 해당 각각 기체에 탑승했던 67명은 모두 사망했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관제 인력 부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언급하고 있다. 미 CBS 방송은 보통은 관제 업무를 두 명이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한 명이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는 ‘전 정권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임기(2017∼2021년) 때 전임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상향했으나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다시 완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했던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을 “재앙(disaster)”이라고 콕 집어 비판하며 “그가 다양성을 내세우며 조직(FAA)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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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항공 안전 담당자들이 DEI 정책에 의해 채용됐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기자가 “어떻게 다양성이 이번 참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나는 상식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부티지지 전 장관은 기자회견 이후 자신의 엑스(X)에 “비열하다(Despicable)”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영공 안전을 유지한 핵심 인력을 해고하고 정직시키는 것이었지만, 대통령이 실제 해야 할 일은 지도력을 보여주고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에서 음모론이 퍼지는 것과 미국의 대통령이 쓸데없는 추측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시신이 아직 수습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속이 뒤집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다양성이 곧 무능을 의미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라고 논평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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