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영어 명칭 두고 '음력설 중국설' 논쟁
'음력설'이 아닌 '중국설'로 표기한 레알 마드리드(왼쪽 사진)와 파리 생제르맹.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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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리그 명문 구단들이 최근 설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력설'(Lunar New Year)이 아닌 '중국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강인이 뛰는 파리 생제르맹(PSG), 킬리안 음바페가 뛰는 레알 마드리드 등 전 세계 축구 팬을 많이 보유한 유명 구단에서 (중국설로) 표기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음력설은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라며 "중국만의 명절인 양 '중국설'로 표기한 것은 수많은 아시아 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엔(UN)은 '음력설'을 '선택 휴일'로 지정했고, 미국 뉴저지주 상원은 '음력설'을 기념일로 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2021년 캐나다 총리가 설 당일 중계된 뉴스에서 'Happy Lunar new year. 감사합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해 화제가 된 것처럼 '음력설' 표기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 축구 명문 구단들의 욱일기 문양 사용에 대해 지속적인 항의로 많은 부분을 바꿔 왔다"면서 "'음력설' 표기에 대한 정당성을 꾸준히 알려 반드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음력설 vs 중국설... 설날 명칭 논란
미국 디즈니랜드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음력설 관련 영상 캡처와 중국설을 주장하는 댓글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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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영어 명칭을 두고 '음력설, 중국설' 논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설이 자신들이 개발한 태음력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설도 '중국설'로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설날이 중국은 물론 한국과 베트남 등 동양권에서 공통적으로 지내는 명절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지워버리는 표현인 '중국설'이 아닌 '음력설'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디즈니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음력설' 관련 영상이 게재되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음력설이 아니라 중국설' '문화 도용을 중단하라' 등의 항의성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서 교수는 이에 "일부 중국인들의 삐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이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자기만의 문화인 양 전 세계 곳곳에서 댓글 테러를 펼치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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