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 시 공장 간 물량 조절부터
LG전자 "멕시코→미국 공장 이전 검토"
현대차, 美 생산체계 구축·경영진 교체
삼성SDI, 美 내 주별 정책 검토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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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철강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비해 베트남, 멕시코 등 생산 공장에 대한 물량을 줄이고 미국 공장의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 부과, 캐나다와 멕시코산에 대해선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국산 반도체, 의약품, 철강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멕시코 공장 이전 검토"
LG전자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전경. 사진 출처 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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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파운드리 반도체), 중국 시안(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 쑤저우(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베트남 박닌·타이응우옌(반도체 후공정) 등지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공장 간 물량을 조절해가면서 상황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의 경우 공장 간 물량 조절뿐 아니라 멕시코 생산 공장을 미국 테네시주에 운영 중인 공장으로 이전하는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이 겨냥하는 주요 무역적자 상대국에 생산기지가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 베트남 하이퐁, 중국 난징, 멕시코 몬테레이·레이노사 등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현지 공장 확장을 검토 중이다. 현재 중국에는 우시(DRAM), 다롄(낸드플래시), 충칭(후공정) 등 공장이 가동되고 있고,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첨단후공정, 연구개발(R&D) 관련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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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생산체계·미국통 교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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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미국 정책 변화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내 대기업 그룹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완성차 4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릴 정도로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됐다.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경영진부터 미국통으로 교체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미국 시민권자이자 20년 가까이 북미에서 활동한 북미영업 전문가다. 여기에 현대차는 미국 외교관 출신의 성킴 사장을 해외 대관 담당으로 영입해 미국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멕시코나 캐나다에 대한 추가 관세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가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가동률이 60%대로 높지 않은 데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기아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주력 모델은 모두 미국 현지 공장 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 부사장은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일본차 등 다른 경쟁사 대비 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中 관세 부과시 韓 반사 이익 가능성"
삼성SDI, 사진출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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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도 관세 부과에 대비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내 자동차 강판 생산기지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관세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고, 현대차의 글로벌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며 "고로 방식의 제철소의 경우 탄소 중립 기조에 맞지 않아서 어려울 듯 보인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도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내 주별 정책을 살피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더 부과하면 한국에 반사 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프로젝트성 고객사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지역에 많이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공장 이전, 공장 간 생산량 조절 등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미국에 현지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미국 생산량을 얼마나 조정할 수 있을지, 얼마만큼의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의 고민을 하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미국에 생산을 투자해서 공장을 세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전했다. 특히 저비용 생산국 공장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정부가 의도하는바"라며 "다만 공장 이전 자체는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하므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옵션에 포함해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더라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후보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미국 내 반도체 보조금과 배터리 보조금에 대해서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조금 지급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추가로 조건을 달거나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나온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003년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57.37%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적이 있다"며 "본점과 지점 간 거래를 늘려 미국 내 유진공장에 물량을 보내 내부 생산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에서 내부 거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 조항 마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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