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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화)

딥시크에 발작한 미국…중국에서는 "웬 과잉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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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 "딥시크에 대한 사이버공격 100배 늘었다"…
현지 과학기술계 "딥시크 의미 크지만 지속가능성 의문",
"반도체 등 제재 강화·미국 투자 확대 명분 쌓기" 평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 컨퍼런스서 "중국의 값싼 AI 딥시크 개발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바라건대 미국의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28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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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 대한 디도스(DDos) 등 사이버 공격이 최근 이틀 새 100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중국 측이 밝힌 가운데, 중국 현지선 미국의 AI 패권에 도전하는 기술 자신감이 읽힌다. 반면 딥시크에 대한 미국의 과민 반응엔 제재 명분을 키우고 자국 투자를 늘리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0일 저녁 중국 사이버 보안회사 X랩(XLab)의 발표를 인용해 "딥시크를 표적으로 삼은 사이버 공격이 목요일(30일) 이른 아침 갑자기 확대됐고, 공격파동이 화요일(28일) 이전에 비해 100배 이상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딥시크는 지난 2023년 설립된 중국 AI 스타트업이다. 지난 20일 AI 모델 R1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챗 GPT 등) 기존 AI 대비 20분의 1 비용으로 맞먹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AI의 학습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거다. 가뜩이나 중국 AI 기술에 경각심을 감추지 못했던 서방의 충격은 상당해 보인다. 발표 이후 AI 하드웨어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 등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또 봇넷(봇+네트워크)을 통한 딥시크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발표 직후인 1월 27일 대규모 사이버공격으로 딥시크 측이 일시적으로 사용자 가입 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공격 직후인 29일부터 미국 기술주들의 하락이 이어졌다. 때려보니 만만찮았다는 거였다. 중국 측이 이번 공격에도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

X랩은 "30일 공격에 참가한 최소 두 개의 봇넷을 포착, 분석했고 두 번의 공격 파동을 확인했다"며 "딥시크에 대한 공격이 점점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돼 방어가 점점 어려워지고, 딥시크가 직면한 보안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딥시크에 대한 십자포화의 배경에 일사불란한 지시를 내리는 존재가 있다고 본다. X랩은 딥시크를 공격 중인 두 개의 변종 봇넷에 대해 "누군가의 명령을 자주 받아 전문적인 봇넷 공격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딥시크를 포함한 수백개의 대상에 대해 매일 평균 수천개의 공격 명령이 실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이런 격렬한 반응은 딥시크의 탄생이 다양한 분야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미중 간 패권경쟁을 그대로 투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 재중 한국인 과학자는 "미중 간 기술 패권경쟁은 현재 AI나 우주공학에서 바이오 파운드리, 양자역학 등 다양한 분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 현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거다.

다만 딥시크에 대한 미국과 서방이 경악하는 정도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 현지선 딥시크에 대한 미국의 반응과 우려가 예상보다 과도하다는 시선이 읽힌다. 실질적으론 AI 기술에서 상당한 격차를 확보한 미국이 중국 내 한 소형 스타트업에 불과한 딥시크의 발표를 과대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시장에 과잉 경고하고 있다는 거다.

한 중국인 과학기술 채널 운영자는 중국 현지 온라인 플랫폼 딥시크 관련 콘텐츠에 댓글로 "딥시크의 성과는 자체 R&D(연구개발)와 일상적 퀀트(Quant) 중에 발생한 예상치 못한 산물일 뿐이고, 이는 마치 비아그라의 탄생과도 같다"며 "회사 자체가 전문 AI회사가 아니며 미국 등 거대기업과 장기적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해 많은 동의를 얻었다.

이는 아마존이 투자한 미국의 대형 AI 개발사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최고경영자)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그는 "딥시크는 획기적 성과라기보다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의 경제성 면에서 개발비용 하향 곡선의 예상지점에 정확히 위치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유일한 가치는 중국 기업이 원가절감 곡선을 검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딥시크에 대한 찬사 속에서 이런 비판적 분석들은 꾸준히 제기된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딥시크의 출현을 미국 등이 이용,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 명분으로 삼는 한편 미국 내 AI 투자를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딥시크가 미국 AI 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국 과학기술 채널 운영 전문가는 같은 플랫폼에 "결국 미국과 경쟁의 핵심은 반도체 등 AI 하드웨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는데, 딥시크를 명분으로 미국은 제재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가 속도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전문가는 "딥시크 팀이 발표문에서 대형 오픈소스 모델이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 장기적인 오픈 소스는 지속적 혁신과 커뮤니티 협업이 필수"라며 "정부의 장기적인 오픈소스 철학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혁신도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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