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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뉴노멀]③비싸야 잘 팔린다?…위스키도 '가성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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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위스키 수입액 3.9%↓…물가 압박에 고가 위스키 판매도 위축

음주 트렌드 변화도 영향…위스키업계, 가격 접근성 높인 위스키로 대응

[편집자주]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소비 패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한 끼 식사에 만 원을 넘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고 가성비 좋은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식비에 그치지 않고, 커피 한 잔에서부터 일상적인 소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고가 제품을 선호하던 소비 트렌드는 경제적 부담 앞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심리와 소비 행태를 살펴봅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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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고물가 시대를 맞아 주류 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스키 인기가 치솟으며 연이은 품절 사태를 빚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대의 주류를 선호하는 반면, 일부만이 고가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약 2억4942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수입량 역시 2023년 3만 톤을 넘어섰던 데 비해 지난해 2만7441톤을 기록하며 3만 톤에 미치지 못했다.

재작년 최고치를 기록했던 위스키 수입액은 감소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불경기로 인해 최근 고가 위스키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고가 주류 구매를 자제하거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주류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고물가에 고가 위스키 소비 감소세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위스키 구매 패턴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 위스키가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런 현상'으로 고급 위스키 소비가 급증했던 2021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실제 지난 5년 동안 위스키 수입액이 수입량을 넘어선 해는 2021년이 유일하다. 2022년부터는 수입량이 수입액을 넘어서는 추세로 전환됐다. 이 같은 통계는 저렴한 위스키 판매가 늘어난 것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면서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연결 짓고 있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대중적인 '하이볼' 문화의 확산도 고가 위스키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위스키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위스키 소비 흐름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물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면 고가 주류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바에서 진행된 차세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더 디콘'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 ⓒ News1 이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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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문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의 음주 문화 변화도 위스키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처럼 과도하게 음주를 즐기기보다 소규모로 적당히 음주를 즐기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또 모임에서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술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6월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4명이 "전년 대비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하려고 마신다'는 응답은 36.4%에 그쳤고, 반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만 마신다'는 응답은 77.4%에 달했다.

뷰티회사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요즘 모임에서는 과음하기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 형태의 주류가 인기인데, 하이볼에 사용되는 위스키가 비교적 비싸지 않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면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위스키로 가볍게 마시는 문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위스키 업계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위스키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소비층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6만3000원 가격대의 '더 디콘'을 선보였고 골든블루는 2만5000원대의 '골든블루 쿼츠'를 출시하는 등 접근성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위스키 시장이 과도기를 겪으며 소비자 요구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일부 브랜드는 위스키 출고가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소비 심리와 가격 접근성을 고려한 전략이 앞으로 위스키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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